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존 러스킨 <존 러스킨의 드로잉>, 인내심의 예술

텍스트의 즐거움

by solutus 2019. 9. 6. 16:35

본문

1.

이 책의 초판은 약 160년 전에 출간되었다. 지은이는 예술 비평사에 자신의 이름을 뚜렷이 새긴 존 러스킨. 궁금했다. 비평가이자 화가였으며 사물을 바라보는 '순진한 눈'을 강조했던 그가 드로잉에 관해 무슨 말을 남겼을까. 


평생 예술 및 사회 분야에서 비평 활동을 했던 그의 글쓰기 스타일이 드로잉 책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즉 이 책은, 비록 제목에 '드로잉'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지만,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실기용 책이 아니었다. 이론서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드로잉 책인데도 도판이 몇 개 되지 않아 모두 쉰 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당장 그럴듯한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 책이다. 러스킨은 자연을 바라보는 방법에 중점을 둔 채 드로잉을 설명한다. 머릿속에서 상상하던 자연이 아니라 실제로 자연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관찰해야 하는지 알려주고자 한다. 그는 그것이 위대한 화가의 본분이라 믿는다.


위대한 화가의 본분. 그는 초판 서문에서 자신의 책을 가리켜 "주변에서 도움을 얻을 수 없는 이에게는 더없이 훌륭한 최고의 지침서"(7쪽)라고 말한다. 스스로 추어올리는 게 낯간지러울 수 있지만, 그는 그럴 자격이 있을 것이다. 그는 "이류 화가들의 작품들을 흉내 냄으로써 (...) 그림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달콤하게 속삭"(같은 쪽)이지 않는다. 그의 가르침은 이류 화가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그는 먼저 예리한 관찰력과 인내심이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그는 그림을 그리는 기술보다 사물을 관찰하는 시각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그리고 이것은 위대한 화가로 가기 위한 길이다. 표면적인 기술만 훈련받는 이는 "결코 티치아노와 다빈치의 작품을 이해할 수 없다"(10쪽)고 그는 믿는다.


이 책으로 드로잉 기술을 빠르게 익히기는 쉽지 않다. 존 러스킨은 펜의 종류나 연필 쥐는 법을 절대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니 당장 써먹을 기술을 배우고자 한다면 요즘 출간되는 드로잉 책들을 보는 게 나을 것이다. 이들의 설명은 아주 친절하고 그림도 풍부하여 160년 전의 책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러스킨의 독자가 궁극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 그것은 당장의 드로잉 실력이 아니라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으로 이어지는 관찰 능력이다. 이러한 존 러스킨의 가르침을 믿는다면, 비록 꽤 큰 인내심을 필요로 하겠지만, 미술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를 습득하게 될 것이다.



2.

그가 "잠시라도 시간이 허락된다면, 지금 당장 (드로잉을) 시작하자" 하고 권유하여 잠시 실천에 옮겨 보았다. 많이 부족하지만 잠깐잠깐 익혀두면 향후 아이가 그림을 그리고자 할 때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존 러스킨을 사사하여 드로잉 연습. 모델은 플레이모빌의 아테나. 2019. 9. 6.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