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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검도회의 조선세법, 선택의 문제 그리고 연습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9. 1. 4.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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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조선세법 연습하는 것을 본 검우분들이 내게 세법 심사가 있느냐고 물었다. 조선세법 2단 심사는 지난번에 합격했기에 당분간 세법 시험을 칠 일은 없었다. 난 단지 개인적인 관심과 흥미 때문에 세법 연습을 하고 있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난 조선세법 자체보다 검을 다루는 기술에 관심이 있다. 난 검도를 10년 넘게 해오고 있었지만 죽도를 사용하는 검도만을 하다 보니 실제의 검을 다루는 법은 몰랐다. 검도를 하고 있으면서도 '검'을 모르니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차에 조선세법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조선세법은 검도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대한검도회에서 5단 이상 응사자는 조선세법을 3단 이상 보유하도록 자격 제한을 하는 바람에 많은 논란을 일어났고 일부 검도인들은 단심사를 보지 않겠다며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난 조선세법 3단 이상 보유자에게만 주는 5단 응시자격의 규정이 없었더라도 대한검도회의 조선세법을 배우려 했을 것이다. 내가 검을 다루는 법을 배우고자 했다면 규모와 조직력이 있는 체계화된 단체에서 배우려 했을 테고, 무엇보다도 검무 형태의 화려한 보여주기식 검술을 중시하는 곳은 배제했을 것이 분명했다. 우리나라에 검술을 가르치는 이러저러한 작은 단체들이 있지만 체계도, 공신력, 조직력, 배울 수 있는 여건 등을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대한검도회보다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곳은 없었다. 



2.

대한검도회에서 정립한 조선세법은 일부를, 특히 발도와 납도를ㅡ대한검도회의 이종림 회장 본인이 직접 언급했던 것처럼ㅡ일본의 이아이도[居合道], 즉 거합도를 본따 만든 것이다. 대한검도회의 조선세법은 일본의 검도를 따라 만들었다는 것 때문에 큰 비난을 받았다. "일본의 이아이도를 본따 만들었으면서 왜 '조선'세법이라는 이름을 붙이는가? 조선세법을 '복원'했다고 주장하지 말라"ㅡ이것이 비난의 핵심이었다. 


이에 대해 이종림 회장은 문화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 발전하는 법이므로 조선의 검술도 당시 일본의 검술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유물로 남아 있는 <무예도보통지>의 예도 항목에 발도와 납도에 관한 내용은 없지만 조선의 검술이 일본의 이아이도에 영향을 받았다면 발도와 납도 방식도 비슷했으리라는 추정이었다. 또한 문화는 서로의 영향 하에 발전하는 법이라, 과거 우리나라(신라시대)가 일본에게 주었던 기술(검의 기술)을 지금 다시 받아오는 것이기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서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른지를 논쟁하려는 것은 아니다. 연구자들은 각자의 입장이 있고 그 입장엔 강점도 있고 약점도 있다. 온전히 반증당하지 않았다면 온전히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주어진 현실 하에서 검의 기술, 진검술을 배우고 싶은 대한검도회 회원이 할 수 있는 선택이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몇 백년 전통의 이아이도를 배우러 갈 여건이 안 된다면, 왜색이 짙어 이아이도에 거부감이 있다면, 현실성이 떨어지는 현란한 검술에는 관심이 없다면, 다른 검술을 따로 배울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작은 단체의 공신력에 의문이 든다면ㅡ선택은 한 가지뿐이다.



3.

오늘의 조선세법 연습은 지난 조선세법 2단 심사 후 처음ㅡ3개월 만이다ㅡ이어서 기억이 도통 나질 않았다. 영상으로 찍은 것을 조선세법 교재와 비교하며 보니 틀린 곳이 상당히 많았다. 일단 '길'을 외워 놓아야 세밀한 연습이 가능한데 길조차 잘 기억이 나지 않으니 오히려 지난번보다 퇴보한 셈이다. 


전체적으로 몸이 흔들렸고 강약 조절이 부족했으며 베는 부위, 찌르는 부위가 정확하지 못했다. 발도, 납도에 리듬감이 없었고 특히 아래로 납도 시 손목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웠다. 우선 기본적인 틀을 기억하는 게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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