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단편소설들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은 대개 이렇다. 우울하면서도 다소 산뜻한 음악을 들을 때 취하는 감정. 짧으면 3분에서 길면 7분 정도에 이르기까지 그 미묘한 분위기에 심취한다. 국내 비평가들이 좋아해 마지않는, 국내 작가들의 특유의 묘사와 독백체는 그런 감정에 빠져들기 쉽도록 돕는다. 그때의 감정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아마도 좋은 음악이구나, 하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 음악은 곧 끝나고, 감정도 거기에서 곧 끝나고 만다. 나는 곧 그 음악을 잊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김이환 씨의 '너의 변신'이었다. 그것도 대부분의 비평가가 언급한 과학기술의 발전, 외형의 변화, 자본주의 어쩌고 저쩌고 때문이 아니라(이 책에는 꽤 많은 비평가와 소설가들이 글에 대한 비평들을 적어놓았는데, 그 비평들이 하나 같이 비슷하다는 것도 특징이다), 서로에게 전달되지 않은 어긋난 사랑을 묘하게 감추어 놓은 그 아름다움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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