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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사둔 가지로 가지 탕수육을 만들었다. 우선 가지 튀김을 만든 후 설탕과 식초가 들어간 중국의 '탕추[糖醋]' 소스를 곁들이면 가지 탕수육이 된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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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하면 가지 탕수육이 아니라 '탕수가지'라고 부르는 게 맞겠지만 대중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 통상적인 표현을 썼다. 중국에서 '육'이라고 하는 것은 돼지고기를 가리키는 것이니, 중국인들은 재료로 돼지고기 대신 소고기나 닭고기를 쓰면 '육' 대신에 '우육[牛肉]'이나 '계육[鷄肉]'이라고 표기한다. 그러니 고기가 부재료로도 들어가지는 이번 요리를 탕수육이라고 부른다면 그건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일상의 언어는 이치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가 많고, 그 일상에서 사는 우리가 그 불규칙성을 무작정 따르지 않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이제는 가지 탕수육 대신 '가지 탕수'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꽤 있는 편이다. 주 재료가 돼지고기에서 가지로 바뀌었으니 탕수육을 '탕수가지'라 부르는 게 합당하겠지만, 우리나라에선 음식에 이름을 붙일 때 "재료+조리법"의 방식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에 맞춰서 '가지 탕수'라고 하는 것이다. 볶음밥이나 찜닭처럼 "조리법+재료" 방식으로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있기는 하나 우리나라에선 드문 예라고 해야겠다.
2018년 10월 13일을 기준으로, 구글에서 "가지 탕수육"으로 검색을 하면 17,400개의 문서가 나온다. "가지탕수"로는 9,190개의 문서가, 그리고 "탕수가지"로는 2,480개의 문서가 검색된다. 한국인의 대표적인 인기 음식인 탕수육은 그 인기에 힘입어 이제 이름마저 고유명사화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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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는 두 번 튀겨 바삭하게 만들고자 했지만 튀김가루 대신 부침가루를 써서 한계가 있었다. 평소에 튀김을 잘 하지 않으니 튀김가루는 집에 없을 때가 많다. 부침가루로 어떻게 만들긴 했지만 마음에 확 들지는 않았다.
가지 탕수육이니 탕수 소스를 빼놓을 수 없다. 소스에 여러 야채를 넣고 싶었지만 마땅한 게 당근과 양파 말고는 없어 이것만을 가지고 만들었다. 설탕 3큰술과 식초 3큰술, 간장 2큰술을 넣어 끓이다가 녹말물을 부어 마무리했다. 기름이 많아 유독 힘든 튀김 설거지는 미안하게도 아내의 몫이었다.
밀가루 반죽을 묻혀 기름에 튀겨낸 가지. 2018.10.12.
가지 튀김과 탕수 소스의 결합, 가지 탕수육. 2018.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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