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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목서와의 어떤 우연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8. 9. 30.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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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기르고 있는 금목서가 꽃을 피울 수 있을지 확실치 않았다. 금목서가 꽃을 피우려면 광합성을 통해 잎 등에 탄수화물을 충분히 축적해야 하는데, 아쉽게도 집 발코니는 금목서가 광합성을 하기에 좋은 공간이 아니었다. 꽃눈 형성 호르몬이 잘 작용하여 꽃눈이 나오는 데까지는 성공하였으나 이 꽃눈은 도통 꽃으로 변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우리는 이번 가을이 가기 전에 꼭 금목서의 꽃을, 그리고 그 향을 맡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익산시 춘포면에 있는 달빛소리수목원이었다. 올해 초 개장한 달빛소리수목원에는 금목서와 은목서가 많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과연 그곳에는 금목서뿐만 아니라 은목서 나무가 꽤 많았다. 통영에서 보았던 금목서처럼 거대하게 자란 아름드리 나무는 아니었지만 사람 키만한 크기의 수령 10년 내외로 보이는 목서들이 작은 길을 따라 쭉 심어져 있었다. 다만 아쉽게도 아직 꽃이 피지 않아 꽃은 물론 그 향도 맡아볼 수 없었다. 이들은 우리집의 금목서처럼 꽃눈만이 조그맣게 올라온 상태였다. 수목원의 안주인께선 10월 초는 되어야 금목서에 꽃이 필 거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금목서 대신 천일홍과 꽃무릇, 루드베키아 같은 꽃, 산딸기와 사과 같은 열매, 노각나무와 같은 나무들을 살펴보았다. 또 수목원 내에 있는 카페에 들러 호남평야의 광활함을 내려다 보았다. 눈이 호강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수목원 방문의 즐거움은 충분했다.


이렇게 금목서 꽃을 못 보고 지나가나 싶었는데 아주 우연한 기회에 금목서 꽃을 볼 수 있었다. 바로 어제, 검도 사범자격 강습회를 받으러 충북 음성에 있는 중앙연수원에 갔다가 숙소 입구 앞에서 금목서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처음 중앙연수원에 도착했을 때는 정신이 없어 살펴 보지 못했는데, 하루 일과가 끝난 후 아내에게 전화를 하러 숙소 밖으로 나오니 입구 바로 앞에 서 있던 금목서가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전화를 하다 말고 "어, 금목서네!"라며 얼떨결에 외치고 말았다. 


난 얼른 가까이 다가가 금목서의 향을 맡아 보았다. 제일 궁금한 것이 인터넷으로도 알아볼 수 없었던 향기였다. 금목서가 유명한 건 오로지 이 향 때문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무슨 일일까. 아무런 향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토록 진하고 그토록 황홀하다는 향기를 내 코는 전혀 감지해내지 못했다. 그다음날 아침에 다시 찾아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꽃이 아직 만개하지 않아서일까? 화분에 심어져 있는 금목서 하나로는 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 코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이유는 알 수 없다. 모를 일이다. 금목서가 잘 자라기엔 조금 추운 충정도의 날씨 때문인지 꽃순은 일제히 터지지 못한 채 일부만 펴 있었고, 그중 일부는 벌써 꽃잎이 져 바닥에 떨어진 상태였다. 


화분 바로 아래에 있던 물그릇 위로 꽃잎이 하나둘 떨어졌고 물그릇은 그 표면에 꽃을 띄웠다. 꽃을 띄운 물그릇으로 목을 축이는 호사는 그 근처를 어슬렁거리던 길고양이의 몫이었다.


금목서의 꽃. 음성군 보룡리, 2018. 9.29.


화분에 담겨 자라고 있는 금목서. 줄기가 제법 굵었다. 음성군 보룡리, 2018. 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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