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새우 리소토와 강판에 간 파마산 치즈. 2018. 8.30.
1.
아내는 남은 생크림을 처분하기 위해 만든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그렇지 않다. 우연히 레시피에 생크림이 들어갔을 뿐. 물론 생크림을 빨리 써야 한다는 압박은 있었는데, 어쩌면 그 압박이 무의식적으로 내게서 리소토를 끌어냈는지도 모른다. 무의식은 이럴 때 써먹으면 좋다. 믿거나 말거나는 반증되지 않으니. 1
리소토를 만들어 접시에 담았고 파마산 치즈는 강판에 갈아 따로 준비했다.
2.
여담인데, 우리가 흔히 파마산 치즈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파르메산(Parmesan)이라는 이름으로 수입되고 있다. 내가 이마트에서 산 파마산 치즈도 겉표지에 'Artisan Parmesan'이라고 쓰여 있다. 일본의 영향인지 모르겠는데, 어쩌다 보니 파마산이라는 용어가 널리 통용되고 있다. 파마산은 국적불명의 단어인 셈이다.
파르메산(Parmesan)도 실은 독일어이다. 이탈리아 파르마 지방에서 생산하고 있는 치즈인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Parmiggiano Reggiano)'를 독일어로 번역하면 '파르메산'이 된다. 독일에서 이 단어를 써서 치즈를 판매해 왔고 북미에서도 이 단어를 그대로 쓰고 있었는데, 2008년에 EU법원이 이탈리아 파르마(Parma) 지방에서 약 800년 전부터 생산하고 있는 치즈만을 ‘파르메산’ 치즈라고 명명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럼 이탈리아를 제외한 다른 나라, 특히 북미의 치즈 회사들이 이름을 바꾸었을까? 그렇지 않다. 내가 이마트에서 구입한 '미국산' 파마산 치즈의 이름도 여전히 '아티잔 파르메산'이다.
사실 미국에서 EU의 판결을 따를 이유는 없다. 미국과 EU의 FTA에서 이 사안이 협상되어야겠지만 미국은 따를 의지가 없어 보인다. 미국산 치즈를 딱히 사고 싶지는 않지만 특정 마트를 가게 되면 선택권이 줄어 들어 어쩔 수 없이 구매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미국의 치즈 회사들은 100% 파르메산 치즈라고 광고한 제품들을 소화가 되지 않는 셀룰로오스와 섞어 팔다가 적발되기도 했으니 이래저래 진짜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가 그리울 수밖에 없다.
3.
모양을 내어 자른 마늘과 양파를 올리브유로 구워 향을 내다가 역시 모양을 살려 썬 버섯을 넣어 볶았다. 모양을 내긴 냈는데 볶다 보면 형체를 알기 어려워질 때가 있다. 그럴 땐 일부러 알려야 한다. 이런 식으로라도. 이어 새우와 다진 파슬리를 넣어 센 불에서 볶고 미리 씻어서 물기를 빼둔 쌀을 넣어 쌀이 투명해질 때까지 볶았다. 이어서 생크림과 우유를 섞은 뒤 냄비에 나누어 부어 쌀이 퍼지도록 20분 정도 익혔다. 생크림과 우유의 양은 쌀의 양에 달렸다. 쌀을 1컵 넣었다면 생크림은 1컵, 우유는 2컵 정도가 적당할 것이다. 물론 정답은 없다. 소금과 후춧가루를 적당량 뿌렸고 강판에 간 파마산 치즈 가루를 여분으로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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