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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야자와 무기질 비료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8. 8. 30.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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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가지고 온 식물 중에 홍콩야자가 있다. 3년이 지난 것은 확실한데 언제부터 같이 살게 되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며칠 전에 보니 홍콩야자의 잎 색깔이 연해졌길래 흙 위쪽에 무기질 비료를 뿌려 주었다. 이 무기질 비료를 식물 영양제라고도 하고 거름이라 하기도 한다. 내가 사용한 무기질 비료는 동그란 형태를 하고 있는 주황빛의 알갱이로 상표명은 싱싱코트다. 제품 겉면에 붙어 있는 성분표에는 이 비료에 질소, 인산, 가리가 각각 9.0, 8.0, 7.0 들어 있다고 쓰여 있었다. 


여담인데, 성분표에서 '가리'는 칼륨을 뜻한다. 싱싱코트의 제조일자가 2012년이었는데도 여전히 일본어에서 파생된 '가리'라는 단어를 쓰고 있었다. 청산가리의 가리가 바로 칼륨이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동일한 하나의 물질을 세 가지 단어를 혼용하여 사용 중이다. 국립국어원은 그것을 칼륨이라 하고 대한화학회는 포타슘이라 하며 농민들은 가리 혹은 칼리라고 부른다.[각주:1]


이 무기질 비료에 질소, 인산, 칼륨 세 가지가 들어 있는 건 이들이 식물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3대 필수 원소이기 때문이다. 식물이 정상적으로 자라려면 14종류의 미네랄이 있어야 하는데 그 중에서도 이들 세 가지가 다량으로 소비된다. 그중에서도 질소가 가장 중요한데, 질소가 없으면 나머지 13종류의 미네랄이 아무리 많아도 식물이 자라지 못한다. 그렇기에 복합 영양제인 싱싱코트에도 질소가 가장 많은 비율로 들어가 있다. 칼륨을 먹는 하마인 고구마의 전용 비료를 제외하면 보통은 이렇게 질소가 더 많이 포함되어 있는 편이다.


잎의 색깔이 연해지는 건 질소가 부족할 때 발생하는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이다. 공기 중에 제일 많은 것이 질소이고 따라서 동식물은 수시로 질소 기체를 마시고 있는 셈이지만 콩과식물의 뿌리에 붙어 있는 뿌리혹을 제외하곤 어떤 동물이나 식물도 질소를 몸속에서 고정시킬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고기를 섭취하고 질소가 부족한 화분에는 싱싱코트를 뿌려주는 것이다. 뿌리에 혹을 만드는 건 동일하지만 뿌리혹박테리아와 뿌리혹선충은 하는 일이 이리도 다르다.


어쩌면 흙의 질소 부족이 아니라 과습 때문에 잎이 연해진 것일 수도 있다. 흙이 물로 꽉 차 있으면 산소가 부족해서 뿌리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없고, 그래서 뿌리의 능동적인 영양 흡수가 방해를 받아 질소를 흡수할 수 없게 되어 식물 체내의 질소가 부족해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계속 물을 주면 아예 뿌리가 썩게 되고 뿌리에 미생물이 침입하여 병에 걸리게 된다. 통풍이 너무 안 되거나 빛을 많이 받지 못해도 잎이 연해진다. 


비료를 많이 넣어준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벼농사를 할 땐 일부러 질소를 적게 넣어 주기도 한다. 칼륨을 너무 많이 주면 마그네슘, 칼슘의 비율에 불균형이 온다. 어쨌거나 우리 홍콩야자는 질소 부족으로 보였고 이제 무기질 비료를 넣어 주었으니 경과를 지켜봐야겠다.


잎 색깔이 연해진 홍콩야자. 2018. 8.27.


  1. 참고자료: "칼륨은 틀리고 포타슘으로 써야 맞다?" 김태호 전북대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 교수, (주간경향, 2017. 7. 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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