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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하코네 (4) - 하코네 화산 분화구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8. 6. 2.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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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칸소 료칸에 도착하고 보니 우리가 내렸던 소가도우에 정류장보다 다이노차야 정류장이 료칸에서 훨씬 더 가까웠다. 세이칸소 료칸 바로 위쪽에 다이노차야 정류장이 있었다. 우리가 료칸 안으로 들어가자 직원 한 분이 나와 맞이해 주셨다. 아직 체크인 시간이 되지 않았으므로 캐리어만 맡긴 뒤 다시 건물 밖으로 빠져 나왔다.


료칸 직원은 저녁 7시까지는 체크인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저녁식사 때문이었다. 버스의 긴 배차 시간 등을 생각할 때 늦어도 오후 6시까지는 하코네유모토 역에 도착해야 할 듯했다. 아내는 날씨도 흐리니 주변을 좀 돌아다니다가 3시가 되면 바로 체크인을 하는 게 어떨까 하는 의견을 냈다. 오늘은 료칸에서 머물고 내일 날씨가 개면 아침 일찍 하코네를 여행하자는 것이었다. 다만 내일 날씨를 미리 알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난 하코네 여행지도를 펼친 뒤 료칸을 출발하여 하코네를 한 바퀴 돌아 다시 하코네유모토 역에 도착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 보았다. 내 계산에 따르면 시간은 충분해 보였다. 알 수 없는 내일 날씨에 운을 걸기보다는 오늘 하코네를 둘러보자는  제안에 아내가 동의를 해주었다. 


우리는 다이노차야 정류장에서 10여분 정도 기다린 뒤 K 버스에 탑승했다. 목적지는 해적선을 탈 수 있는 아시 호수였다. 계획은 이랬다. 먼저 아시 호수 바로 옆에 있는 모토하코네 역에서 내린 뒤 해적선을 타고 호수를 가로질러 도겐다이 역까지 간다. 도겐다이 역에서 로프웨이를 타고 소운잔 역까지 간다. 소운잔 역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고라 역까지 간다. 고라 역에서 등산 열차를 타고 하코네유모토 역으로 간다. 마지막으로 하코네유모토 역에서 K 버스를 타고 세이칸소로 돌아온다. 총 소요 시간은 천천히 구경해도 네 시간 정도였다.


하코네 화산 분화구를 한 바퀴 돌아보는 이번 코스는 화구원호[각주:1]인 아시 호수를 가로지르며 시작되었다. 아시 호수는 후지산이 보이는 경관으로 유명하지만 그날은 하늘에 구름이 가득해서 후지산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우리는 배의 내부에 머무르며 화구원호 주변으로 울창하게 솟아 있는 나무들을 구경했다. 


원래대로라면 해적선을 타고 도겐다이 역에 내려서 로프웨이를 타고 오와쿠다니 역까지 가야 했다. 하지만 6월 20까지 예정된 공사로 도겐다이 역에서 오와쿠다니 역까지의 로프웨이가 운행을 멈춘 상태였다. 이 구간에서 로프웨이를 타는 이유는 후지산을 보기 위해서인데 어차피 날씨 때문에 후지산이 보이지 않았으므로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우리는 오다큐에서 마련한 임시 버스를 타고 오와쿠다니 역까지 이동했다.


오와쿠다니 역에 가까워지자 하수구나 시궁창에서 날 법한 냄새가 버스 안으로 스며 들어왔다. 알고 보니 냄새의 정체는 유황이었다. 유황 냄새가 그렇다는 걸 미처 알지 못했다. 약 3천 년 전에 분화한 하코네 화산의 가미야마 분화구에선 여전히 수증기가 솟구쳐 오르고 있었고 끊임 없이 새어나오는 유황 냄새가 주변을 잠식하고 있었다. 지옥 계곡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요한계시록은 지옥을 불과 유황의 호수로 묘사한 바 있다.


지옥 계곡의 본모습은 오와쿠다니 역에서 소운잔 역으로 향하는 로프웨이를 타고 내려갈 때 드러났다. 로프웨이는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분기공 위를 지나갔는데 이때 가미야마 분화구를 명확히 내려다볼 수 있었다. 후지산은 보지 못했지만 분기공을 볼 수 있었으니 보다 큰 수확을 한 셈이었다. 가미야마 분화구는 계곡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수십 개의 옹벽과 인공 배수로로 가득했고 그 안의 분기공들은 녹빛의 유황 가루에 덮힌 채 수증기를 끊임없이 토해내고 있었다.


우리는 케이블카와 등산열차를 타고 하코네유모토 역으로 되돌아왔다. 도착 시간은 오후 6시. 하코네 화산을 한 바퀴 도는 데 4시간 정도 걸린 셈으로 예상했던 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버스 정류장에서 K 버스를 타고 세이칸소 료칸으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다이노차야 정류장에서 하차했다.


화구에 생성된 호수, 아시노코. 호수, 화구, 온천, 후지산이 모여 하코네만의 특유한 환경을 만들어 냈다. 가나가와현 하코네, 2018. 5.24.


하코네의 명물인 검은 계란을 형상화한 모형. '오와쿠다니'라고 적혀 있다. 가나가와현 하코네, 2018. 5.24.


하코네 지질공원에 관한 안내판. 왼쪽의 안내판에는 하코네 지질 공원에 대한 일반적인 소개가, 오른쪽의 안내판에는 분화구 내에 수많은 옹벽이 세워진 이유가 적혀 있다. 가나가와현 하코네, 2018. 5.24.


로프웨이에서 내려다 본 가미야마 분화구. 여러 분기공에서 황화수소와 이산화황이 뒤섞인 유독한 증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1910년에 대규모 산사태가 일어난 이후 분화구 내에 거대한 옹벽과 배수구가 세워졌다. 가나가와현 하코네, 2018. 5.24.



  1. 칼데라의 대부분이 물에 잠겨 있는 경우엔 그 호수를 '칼데라호'라고 부르고, 칼데라의 일부만이 물에 잠겨 있는 경우엔 그를 '화구원호'라고 부른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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