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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하코네 (6) - 하코네를 떠나며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8. 6. 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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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네를 떠나는 아침은 어제처럼 흐렸다.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날이 맑았다면 하코네의 여행 일정을 잘못 잡았다며 아쉬워했을지도 모른다. 아내는 혹시 후지산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눈치였지만 구름이 너무 많아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날이 개더라도 후지산 정상부에는 구름이 끼어 있을 거 같아." 나는 현실적인 대답을 해주었다.


아침부터 뜨거운 노천탕에 들어갔다 나와서인지 몸이 나른했지만 예약해 놓은 기차 때문에 늑장을 부릴 수는 없었다. 하나같이 전통 복장을 갖춰 입은 세이칸소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료칸을 나섰는데 어젯밤 우리를 접대했던 나카이 한 분이 료칸 밖까지 나와 우릴 배웅했다. 그녀는 우리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먼 발치에서 우리를 지켜 보았다.


하코네유모토 역에는 길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는 상점거리가 있었다. 아내는 하코네를 떠나기 전에 그곳을 둘러보고 싶어 했다. 대다수가 기념품 가게와 음식점이었는데 우메보시를 전시해 둔 곳이 많았다. 우메보시는 일본의 전통 음식으로 매실을 소금에 절힌 후 차조기 잎으로 붉게 물들여 만든다. 아침 식사로 우메보시가 몇 개 올라와 기억에 남아 있었는데, 인근에 있는 오다와라 지역이 매실로 유명하여 이곳에서도 판매를 하고 있는 듯했다.


상점가를 둘러본 후 거의 뛰다시피 하코네유모토 역으로 돌아왔다. 역의 기념품 가게에서 어제 봐둔 조그마한 모형 등산열차를 구입할 시간이 필요했다. 전날 등산열차를 한 열 구입했었는데 열차니까 두 개가 연결되어 있는 게 좋지 않을까 고민하는 모습에 아내가 그러는 게 좋겠다며 결정에 도움을 주었던 것이다. 400엔이라는 저렴한 가격치고는 만듦새가 꼼꼼해 보였다. 


신주쿠로 돌아가는 로망스카 열차는 어제와는 다르게  제시각에 출발했다. 로망스카의 전망석에서 바라본 풍경은 일반 좌석에서 바라보던 풍경과는 색다른 맛이 있었다. 열차 기관사가 되어 앞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더 멋지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 느낌을 한 번쯤 간직할 만했다.


한창 신주쿠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옆 좌석 사람들의 셔터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소리나는 쪽을 바라보니 정상부가 눈에 덮여 있는 거대한 산 하나가 보였다. 후지산이었다. 후지산을 보게 된 아내는 아이처럼 기뻐했다. 조금은 의외의 반응이었다. 그렇게 기분 좋은 일이었을까? 후지산을 보자마자 객실이 떠나가도록 "후지산이다!" 하고 소리친 내가 할 이야기는 아닌 듯 하지만.


하코네유모토 역 인근의 상점 거리. 가나가와현 하코네, 2018. 5.25.


우메보시. 매실로 만든 일본의 전통 요리로 보통 밥과 함께 먹는다. 가나가와현 하코네, 2018. 5.25.


하코네유모토 역에서 대기하고 있는 로망스카. 전망석 위치하고 있는 제일 앞쪽을 촬영했다. 인터넷을 보면 로망스카가 무인열차라는 소개글들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전망석 윗층, 즉 열차 2층에 운전석이 있다. 가나가와현 하코네, 2018. 5.25.


전망석에 앉으면 보게 되는 풍경. 기관사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질 수 있다. 가나가와현 하코네, 2018. 5.25.


하코네유모토 역의 기념품 가게에서 구매한 등산열차. 1001호 열차이다. 가나가와현 하코네, 2018. 5.25.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낸 후지산. 가나가와현 하코네, 2018. 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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