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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이 왔다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8. 3. 29.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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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선물이라며 작은 화분 하나를 내밀었다. 철쭉이라고 했다. 이리저리 찾아보니 서양철쭉(아젤리아)으로 품종은 핑크스타였다. 몇 개는 개화했고 나머지는 봉우리 상태였다. 이렇게 작은 철쭉은 처음 본다. 이렇게 작은 것도 꽃을 피운다. 


그런데 왜 하필 철쭉이었을까? 절벽에 피어 있던 철쭉을 꺾어 수로부인에게 바쳤던 신라 시대 노옹의 일화에서 힌트를 얻은 것은 아닐 테고. 어쩌면 간혹 내가 철쭉을 언급하곤 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아내가 철쭉을 좋아하기 때문에? 우리에겐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남에게 선물하려는 경향이 충만하니까. 


꽃에선 아무런 향기도 느껴지지 않는다. 잎은 단단하다. 화분에 흙이 담겨 있지 않았다면 조화로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나는 철쭉처럼 은은한 향은 도무지 알지 못하는 종복인 것이다. 어디에선 아름다운 꽃은 향기가 없다 말하고, 또 어디에선 향기 없는 꽃은 없으니 단지 우리가 그걸 느끼지 못할 뿐이라고 말한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난 그것이 궁금하다. 단순해 보이는 결정, 별것 아닌 듯 보이는 사실 하나, 이런 작은 것 하나하나가 매순간 우리가 걷게 되는 삶의 방향과 이어지고 있었으니.


아젤리아 핑크스타. 2018. 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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