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2018. 3.16.
1.
수선화하면 노란색 꽃이 떠오른다. 그래서 처음엔 이 꽃이 수선화라는 걸 전혀 알 수 없었다. 수선은 품종이 18,000개의 이르니 다 알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우리집에 있는 수선은 한 뿌리에 겹꽃이 4개씩 피어 있다. 꽃잎은 흰색이고 부화관은 노란색이다. 이런 특징으로 보면 우리집 수선의 품종은 '아이스킹'에 해당한다. 꽃이 많이 피어 절화에 적합하다고 하는데 물론 난 이 꽃들을 가위로 자를 생각이 없다. 홀로 떨어진다면 모를까.
2.
'아이스킹' 수선화는 전체적인 형태와 색이 제주수선화라 불리는 몰마농꽃과 닮아 있다. 추사 김정희가 흰 눈이 장대하게 쌓인 것 같다며 격찬했던 몰마농꽃은 이제 추사의 제주도 유배시절처럼 동네마다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퍼져 있지 않지만 지금도 제주도 남부, 특히 산방산 주변의 사계리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것도 마치 야생화처럼. 그래도 이 꽃을 보려면 어느 정도 운이 따라야 할 것이다. 늦겨울과 초봄에 제주도를 여행하는 이도 드물 뿐더러, 차를 타고 휙휙 지나가서야 길가에 드문드문 피어 있는 이들을 알아보기 어려울 테니.
3.
정호승 시인은 '수선화에게'라는 시에서 "울지마라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유명한 시구를 남겼다. 외롭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것, 그 외로운 사람에게도 갈대숲의 가슴검은도요새처럼 바라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하지만 우리는 우리를 지켜 보는 가슴검은도요새의 존재를 몰라서 외로운 것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사람이 나를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외로운 것이다. 따라서 수선화가 그 이름의 기원처럼 외로운 상태라면, 수십 명의 아름다운 요정들의 구애가 나르키소스를 슬픔에서 구원하지 못했던 것처럼, 나의 관심도 수선화를 근심에서 벗어나게 할 수 없다. 정호승 시인은 수선화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모두가 외로우니 울 필요가 없다는 시를 남겼지만 우리는 여전히ㅡ때로는ㅡ울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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