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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약과 수정과, 계피와 시나몬의 차이 그리고 어떤 위험성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7. 9. 14.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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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며칠 전 만들어 두었던 2리터 가까운 양의 수정과를 벌써 다 마셔 버리고 말았다. 수정과가 감기에 좋다고 알려져 기회가 날 때마다 마시다 보니 일주일도 안 되어 모두 사라지고 만 것이다. 마침 맵고 향이 강한 중국산 서강계피로 수정과를 만들어 두었던 터였는데, 목을 알싸하게 만드는 그 맛과 향에 기관지가 다스려지는 듯한 느낌을 받아 연거푸 들이키게 되었다. 거기에다 아이의 울음을 멈추는데 호랑이보다 한 수 위 실력을 보였던 곶감까지 함께 하였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 곶감 역시 감기의 예방과 치료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자꾸만 손이 갔다. 지난번엔 호두로 곶감쌈을 만들었는데 이번엔 곶감과 잣으로 곶감약과를 만들어 수정과에 넣었다. 아내의 후식으로 그만이다.


곶감쌈 수정과. 2017. 8. 8.



2.

그런데 수정과를 너무 많이 마시면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으로 사용 중인 계피는 대부분 베트남과 중국산[각주:1]인데 이들은 스리랑카산 실론 계피와는 다른 카시아 계피cassia cinnamom로 시나모뭄 아로마티쿰cinnamomum aromaticum 품종에 속한다. 이것을 외국에서는 보통 중국 계피 혹은 중국 시나몬이라고 부르고 우리는 그냥 계피 혹은 육계라고 부르는데 실론 계피와는 종이 다르다.


문제는 이 카시아 계피에 쿠마린coumarin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는 것이다. 쿠마린은 과복용 시 간독성을 일으키는 물질로 유럽연합은 쿠마린의 1일 복용허용량을 몸무게에 따라 제한하고 있다.[각주:2] 양(sheep)의 경우, 단 5g의 쿠마린만으로도 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고 말았다.[각주:3]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쿠마린의 식용 섭취에 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아무리 수정과가 좋다고 하더라도 너무 많이 마셔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도 수정과를 자주 즐기고 싶다면 방법이 있으니 중국이나 베트남산 시나몬이 아닌 진짜 계피, 즉 실론 계피를 사용하는 것이다. 실론 계피가 우리가 통상 '시나몬'으로 생각하는 품종으로, 카시아 계피와는 달리 쿠마린 함유량이 매우 낮다. 하지만 실론 계피로 수정과를 만들면 통상 우리가 생각하던 수정과와 맛이 달라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더 큰 문제는 이 '진짜 계피'가 중국산에 비해 몇 배는 더 비싸며 국내에선 구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 커피숍에서 시나몬이라는 이름으로 첨가해주고 있는 상당수 시나몬 역시 실은 중국산 계피를 갈아 만든 것이라는 속설이 있으니 반복적으로, 다량 섭취 시에는 유의하도록 하자. 물론 제대로 된 바리스타라면 맛과 향이 엄연히 다른 카시아 계피를 시나몬 대신 첨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곶감약과 수정과. 2017. 9.14.



  1. 참고자료: 홍석표, "산업별 수입대체 생물자원 근연종 발굴 (I) - 자생 식물자원의 아로마 물질 탐색 및 발굴" (경희대학교, 2014) [본문으로]
  2. 참고자료: 에이미 스튜어트 저, 구계원 역 <술 취한 식물학자> (문학동네 2016) [본문으로]
  3. By Zaria Gorvett, (BBC, 20 June 2017)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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