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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 타일에 줄눈 시공,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7. 9. 13.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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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짬을 내어 욕실 보수 작업을 했다. 약간의 실리콘 작업도 했지만 주된 일은 욕실 타일에 하얀 줄눈을 넣는 것이었다. 욕실의 타일과 욕조 주변으로 보기 싫은 변색이 일어 언젠가 보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다가 며칠 전 무작정 실행에 옮긴 것이다. 타일 업체에서 백시멘트로 줄눈 작업하는 걸 어깨너머로 유심히 관찰한 적이 있기에 직접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셀프' 줄눈 작업의 목적은 완벽에 있는 게 아니라 현재의 오염부가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기에 작업에 큰 시간을 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기존 줄눈을 제거하지 않은 채 그 위에 새 줄눈을 바르기로 했다. 사전에 줄눈의 오염 물질을 닦고 건조시킨 뒤, 마트에서 사온 Fuga Fresca 줄눈을 기존 줄눈에 대고 죽 그었다. 그렇게 그으면 제품에서 나온 하얀 액체가 줄눈과 타일에 번지게 되는데, 그 액체는 줄눈에만 들어가야 하므로 타일에 묻은 것은 다 닦아내야 한다. 줄눈 작업의 성패는 여기에 달려 있다고 본다. 즉 덧바른 액체가 나중에 쉽게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사전에 오염물을 잘 닦고 건조시켜 주는 것뿐만 아니라, 타일에 묻은 액체 또한 말끔히 닦아내야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타일에 묻은 액체를 닦아내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기존 줄눈을 제거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덧바른 줄눈의 높이가 타일 높이와 비슷해지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타일의 액체를 닦다보면 줄눈에 바른 것까지 예사로 건드리게 되었다. 게다가 백시멘트와는 달리 점성이 낮아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지워지기 일쑤였다. 결국 액체를 공을 들여 세밀하게 닦아내거나 아니면 타일에 마스킹 테이프를 일일이 붙여야 했는데, 이 일에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이고 싶진 않았으므로 액체가 경화되기를 기다렸다가 한번에 지워보기로 했다. 1시간 정도 지난 뒤 물에 적신 스펀지를 이용해 타일에 묻어 있던 그 액체ㅡ이제는 고체가 된ㅡ를 닦아내 보았다. 경화된 상태였지만 힘을 주어 문지르자 쉽게 떨어져 나갔다. 문제는 타일뿐만 아니라 줄눈에 붙어 있던 것까지 함께 박리되는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타일에 붙어 있던 하얀 고체가 덩어리째 떨어져 나가면서 줄눈에 붙어 있던 것에도 영향을 미치고 말았다. 결국 타일을 깔끔하게 하려고 하면 할수록 줄눈이 난잡해져 버렸다. 난 처음 의도대로 깔끔한 마무리 대신 적당한 만족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2.

지금도 아쉬운 마음이 남아 있다. 애초에 백시멘트를 써서 작업했다면, 다른 줄눈보수제를 구매했다면, 혹은 기존의 줄눈을 제거한 뒤에 작업했다면 더 나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하지만 난 다른 여유로운 선택을 할 만한 환경이 아니었으니 그것이 최선이었다고 믿고자 한다. 분명한 사실 중 하나는 줄눈 상태가 과거보다는 훨씬 보기 좋아졌다는 것이니.


직접 작업한 화장실 줄눈 결과물. 2017. 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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