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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기행 (11) - 박물관과 기념관 (2) (아쿠아플라넷 제주)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7. 4. 9.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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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이라고 하면 크기를 따지지 않고 보이는 곳마다 찾아갔던 시절이 있었다. 송정, 양평, 문래, 길동, 홍대, 롯데, 코엑스, 남양주, 수원, 대전, 대구, 청주, 전주, 의정부, 일산, 서천, 심지어 다른 지역에 있는 이마트 원정까지... 지금은 그전처럼 찾아다니고 있지 않지만, 나의 그랬던 과거와 여전한 관심을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나의 수족관행에 매번 동참했던 아내는 내가 알아보기도 전에 제주에 커다란 수족관이 있다는 사실을 먼저 알려주었다. 이름은 아쿠아플라넷 제주. 나도 어디선가 얼핏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었다. 알아보니 규모로 따지면 아시아에서 그다지 뒤쳐지지 않는다는(심지어 최고라는) 수족관이었다. 난 "혹시 그 규모라는 게 주차장이나 옆의 임야까지 포함해서 계산한 게 아닐까?" 하는 식의 특유의 말버릇을 시전했지만 규모나 주변의 평가와는 관계없이 그곳에 가는 것은 이미 결정된 것과 다름없었다.

아쿠아플라넷 제주는 실내에 있는 시설이었으므로 비가 오거나 날이 흐릴 때 가기로 결정을 했다. 때는 바야흐로 지난 목요일. 비가 끊임없이 쏟아지던 그날, 우리는 와이퍼의 작동 속도를 빠름으로 놓은 채 아스팔트 위를 흐물흐물 기어가던 빗물을 가르며 아쿠아플라넷으로 향했다. 

사람들의 생각이란 다들 비슷한가 보다. 비가 오면 비를 피해 아쿠아플라넷 제주로 가자고 다들 약속을 한 것인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은 차로 가득했다. 운 좋게 쉽사리 주차를 하긴 했지만 실내로 들어가는 길은 다소 멀었다. 강한 바람 때문에 사방에서 쏟아지는 비를 우산 두 개로 간신히 막아가며 유모차를 펼친 뒤 아이를 재빨리 유모차에 태웠다. 순간 우리의 마음은 마트의 마지막 행사상품을 향해 카트를 다급히 밀쳐대던 때로 돌아가 유모차를 성급히 밀어대기 시작했다. 그래봐야 비를 피할 수는 없었다. 들어와서 보니 유모차의 캐노피부터 바퀴까지 상당수가 젖어있었다. 우리의 옷이나 가방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캐노피 덕에 아이는 거의 젖지 않은 듯했다. 난 얼른 휴지를 동원하여 물의 흔적을 지워냈고, 아내는 입장권을 구매하기 위해 아이 반, 어른 반이라는 놀라운 비율을 자랑하고 있던 로비의 세계로 걸어 들어갔다. 

그 이후는? 거대 아쿠아리움, 수족관이라는 게 그렇다. 물고기가 많고, 가끔 파충류가 있으며, 간혹 포유류가 있고, 아주아주 가끔 산호류가 있다. 난 역시 산호를 '꾸준히' 키운다는 건 대형 수족관에서도 이뤄내기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아내에게 은근히 어필하는 것으로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다소 실망스러운 전시품들 때문에 기념품점에서 대장정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이 여러 모로 아쉬웠다. "아쿠아플라넷 기념품점에서 츄라우미 수족관으로 벤치마킹을 가야겠네." 부창부수인지, 기념품들이 마음에 안 들어 궁시렁대던 내게 아내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래도 다른 수족관들과 차별되는 제주도 수족관만의 특징이 있기는 했다. 바로 제주 해녀분들의 물질 시연이 있었다는 점이다. 물질 시연 자체만 놓고 보면 5분도 채 안되는 짧은 공연이었지만 그래도 신선한 체험이었다. 음식점에서 볼 수 있는 성산일출봉의 모습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거의 모든 생물들의 건강 상태가 매우 좋아 보여 기분이 좋았다. 고래상어를 마스코트로 쓰고 있으면서도 수족관에 고래상어가 없는 매우 특이한 수족관이 되어버린 아쿠아플라넷이지만, 그것이 고래상어의 건강을 위한 일이었다는 점에서 역시 높은 점수를 줄 만했다.

아쿠아플라넷 제주에서 가장 큰 대형 수조. 해녀가 물질을 시연하고 있다. 2017. 4. 6.
반가운 마음에 찍은 옐로우탱. 2017. 4. 6.
아쿠아플라넷 제주에서 살아 있는 진짜 산호가 있었던 유일한 수조. 사육 난이도가 높은 경산호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2017. 4. 6.
날씨 탓인지 다소 쓸쓸해 보이는 아쿠아플라넷 제주의 마스코트, 고래상어. 2017.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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