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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기행 (7) - 마을 한 바퀴 돌기 (1)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7. 4. 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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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집을 감싸안고 있는 시흥리 마을을 천천히 돌아다녔다. 머무르는 장소와 친해지는 방법 중 하나는 그 주변을 도는 것이라 생각해 왔다. 멀리 이름 난 장소만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집 주변의 사사로운 것들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 그것은 일종의 인사처럼 여겨졌다. 친해지고 싶다며 허락도 없이 불쑥 남의 손을 잡는 것이 아니라 일단 눈을 응시한 뒤 미소를 짓고, 그리고 천천히 손을 내밀며 의사표현을 하기. 그렇게 내가 마을을 보는 동시에 마을도 나를 바라보았다.

 

우선 집 현관을 나와 오르막길을 따라 위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집 바로 옆에 레스토랑 '일벤토'가 있어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주변을 한동안 내려다 보았다. 옥상에서 내려와 길을 따라 더 걸어 올라가자 곧 삼거리가 나왔다. 왼쪽으로 꺽어 조금 더 걸어가니 개신교 교회도 보였다.

 

 

빨간지붕을 한 집. 시흥리, 2017. 4. 4.

 

집 맞은 편에는 빨강 지붕을 한 단출한 건물이 있었다. 삼거리가 시작되는 좋은 자리에 위치해 있었지만 내부를 보니 방치된지 오래된 듯했다. 도로에 맞춘 사다리꼴 형태의 건물 평면이 다소 특이했다. 

 

 

금귤나무. 시흥리, 2017. 4. 4.

 

집 위쪽으로 난 도로를 오르니 금귤나무가 보였다. 제주도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였다. 결실을 맺은 나무를 바라보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명자나무. 시흥리, 2017. 4. 4.

 

금귤나무 옆에는 동백나무인줄 알았는데 명자나무로 판명이 난(아내가 알려주었다)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돌담. 시흥리, 2017. 4. 4.

 

비탈길을 조금 더 올라가다가 찍은 돌담이다. 제주도 어디에서나 이런 형태의 돌담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무심히 쌓은 듯한 형상이 제주도 돌담만의 특색이다. 

 

 

대나무. 시흥리, 2017. 4. 4.

 

돌담에서 조금 더 걸어 올라가니 일군의 대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의외로 마을 곳곳에 대나무가 있었다. 대끼리 서로 몸를 비비는 소리가 제법 살가웠다. 따스한 봄볕 아래에선 언제 들어도 좋은 소리이다. 

 

 

일벤토. 시흥리, 2017. 4. 4.

 

집에서 불과 10여 미터 위에 '일벤토'라는 레스토랑이 있었다. 도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모던 스타일의 2층 건물이었다. 건물이 'ㅅ'자 형태로 구부러진 게 특징으로, 'ㅅ'자 안쪽으로 작은 크기의 마당이 조성되어 있었다. 1층의 창호는 내벽에, 2층의 창호는 외벽에 맞춘 것도 특징이라 할 수 있었다. 외벽에 맞춘 창호 위쪽으로 처마가 없다면 빗물에 벽 내외부가 오염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건물은 처마 대신에 창틀 바깥쪽에 직사각형의 검은 프레임을 달아 오염 방지는 물론 시각적인 효과도 추구하고 있었다.

 

 

마을 전경. 시흥리, 2017. 4. 4.

 

'일벤토'의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는 길이 개방되어 있었다. 계단을 따라 옥상으로 올라가니 주변 경치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건물이 지대가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덕분에 풍경을 조망하기에 좋았다. 성산일출봉이 보였고 그 안쪽으로 우진각 지붕을 한 집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었다. 지붕들이 대채로 파란색 아니면 주황색으로 도포되어 있어 이채로웠다. 

 

 

마을 전경. 시흥리, 2017. 4. 4.

 

일벤토에서 우리집 쪽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이다. 정면 가운데 부근에 '시흥리 달하우스'의 지붕면이 보이고 멀리 오른쪽으로는 우도가 보인다. 억새로 이루어진 평원이 사진 중앙에서 왼쪽에 걸쳐 펼쳐져 있다.

 

 

말미오름. 시흥리, 2017. 4. 4.

 

'일벤토' 옥상에서 맞은 편에 있는 말미오름을 바라보았다. 말미오름은 제주올레의 첫 번째 오름이다. 그래서 제주올레길 방문객들에겐 일종의 성지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오른쪽에 위치한 건물은 농가주택으로 보인다. 집의 전면이 길이 아니라 바다를 향하고 있었다.

 

 

유채꽃과 벌. 시흥리, 2017. 4. 4.

 

'일벤토'에서 나와 오르막길을 오르다 삼거리가 나오자 왼편으로 꺽어 계속 걸었다. 그러자 제법 넓은 유채밭이 보였다. 제주도에는 이처럼 유채꽃이 어디에나 있었다. 자세히 보니 일벌들이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하는 중이었다. 노동은 성스러운 것이다. 흔들리는 줄기를 따라 꽃도 같이 흔들렸고 그 위에서 일을 하고 있는 일벌도 같이 흔들렸다. 멀미가 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나의 카메라도 덩달아 흔들렸다. 

 

 

올레. 시흥리, 2017. 4. 4.

 

집 대문으로 향하는, 올레라고 부르는 돌담길이다. 예전에는 돌담의 높이가 지금보다 높았을 것이다. 

 

 

교회. 시흥리, 2017. 4. 4.

 

유채꽃을 지나 조금 더 걸으니 예쁘게 색칠한 집 두 채가 보였다. 개신교 교회였다. 바닥에는 강을 형상화한 파란색 페인트가 마당에서 건물 입구까지 칠해져 있었고, 그 안에는 어딘가를 향해 헤엄치고 있는 듯한 하얀 물고기들이 단순한 형태로 그려져 있었다. 방송탑 위에 세워진 십자가가 이채로웠다. 

 

 

오래된 집. 시흥리, 2017. 4. 4.

 

교회 맞은 편에 위치하고 있는 집이다. 빈집인 듯 했으나 텃밭이 가꾸어져 있는 걸로 보아 누군가 살고 있는 듯했다. 이 집은 기존의 오래된 원래 벽을 허물지 않은 채 그 바깥쪽에 콘크리트 벽을 세워 올린 듯했다. 창문을 보면 가장 안쪽에 목재로 된 창틀이 있는 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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