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는 특색 있는 건물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중에서 제주도 전통 가옥은 오늘날 대부분 사라지고 없는 상태로, 일반 촌락에는 거의 남아 있는 것이 없다. 제주도 전통 가옥은 이제 민속촌에서나 볼 수 있다는 것이 되어 버렸다. 실제로 난 아직까지도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제주도 전통 가옥을 단 한 채도 보지 못했다. 이제 전통 가옥을 보기 위해선 민속촌을 방문하거나, 아니면 마을에 겨우 몇 채 남아 보존되고 있다는 전통 가옥을 일부러 찾아가야 한다.
그래도 제주도의 여러 건축물들이 보이고 있는 지붕의 형태와 벽채의 재료에서 제주도 전통 가옥의 흔적을 찾아볼 수는 있었다. 제주도 주민들은 비보다는 바람을 피하기에 좋은 가옥 형태를 추구해왔는데, 그래서 지금까지도 우진각 형태를 한 지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육지의 주민들은 우진각지붕보다는 팔작지붕이나 평지붕을 많이 얹는다는 점에서 제주도 주민들과 큰 차이를 보인다. 실제로 제주도에서는 팔작지붕을 한 건물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집 주변을 높게 둘러싸는 돌담은 여전히 흔한 편이었으며, 일부 가옥에는 올레도 남아 있어 제주도 전통 가옥의 흔적을 어느 정도는 살펴 볼 수 있었다. 1
제주도에 이주민이 많아지면서 현대적 건물들도 많이 생겨났다. 그러한 건물들은 서울 등의 대도시에서 볼 수 있는 것들과 매우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었으나, 때로는 자신만의 건축미를 담고 있는 건축물들도 볼 수 있었다. 제주도에는 유명한 카페들이 많았는데, 지금까지 본 바로는 그들 모두 건축적 외형보다는 내부의 인테리어에서 카페의 미를 추구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카페 등이 영업을 하고 있는 상업 건축물들은 직선을 강조하는 바우하우스 형태의 단순성을 자주 내보였다.
지금까지 본 박물관 중에는 국립제주박물관만이 나름의 특색 있는 외형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건물의 크기와 촬영 거리의 제약 때문에 그 전경을 렌즈에 담을 수는 없었다.
해녀박물관에서 내려다본 세화 해변 근처의 마을 풍경. 사진 가운데 부근에 올레가 보인다. 그 옆에 파란색 지붕을 한 세 채의 집은 제주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슬레이트에 페인트 칠을 한 지붕을 올렸으며 외벽에는 현무암석재를 발랐다.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에서 발견한 가옥. 슬레이트 지붕에 현무암석재 외벽. 지붕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지붕 위에 무언가를 올려 두었다. 돌담은 다소 낮게 쌓여 있다. 돌담은 사이사이에 빈 공간이 많아 강한 바람에도 쉽게 넘어지지 않는다.
김녕요트학교에서 김녕성세기해변으로 가는 길에 발견한 현대적 가옥. 현관 위쪽에 컬러강판을 댄 단순평지붕 형태의 주택이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밑으로 차후 확장한듯 한 구조물이 보인다, 계단으로 막힌 사다리꼴 형태의 입체면이 묘한 느낌을 준다.
종달리에 있는 현대 가옥, 동촌하우스. 대칭형의 집 구조로 보아 게스트하우스로 보인다. 단층 형태의 집. 모던 스타일의 단독 주택을 2층 이상으로 올리지 않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관심이 갔다. 왼쪽의 건물은 단순평지붕에 시멘트를 발랐고, 가운데와 오른쪽에 위치한 건물은 맞배지붕에 리얼징크로 보이는 재질을 얹었다. 안쪽 마당에는 잔디가, 바깥쪽 마당에는 아스팔트가 깔려 있었다. 현대 가옥이지만 제주도 전통 가옥의 특색을 내보이기 위해 현무암 돌담과 물항아리를 정원 가운데에 배치시킨 것이 눈길을 끌었다.
종달리의 해맞이해안로를 따라 달리다가 마주친 이름 모를 건물. 공공건물인듯 했으나(아마도 해안경비소) 비어 있었다. 왼쪽에 위치한 건물에는 외벽이 없는 곳이 많이 보였다. 바람을 견디기 위해서인 듯했다. 부드러운 선이 바람과 파도의 물결을 연상시켰다. 지금까지 제주도에서 본 건물 중 가장 아름다웠다.
세화 해변 인근에서 본, 예쁜 정원을 가지고 있는 현대적 디자인의 상가, 미엘 드 세화. 창을 시원하게 내어 개방감을 살렸고 바닷가 뒤쪽이자 현관의 반대편인 남쪽으로 정원을 내어 후원의 느낌을 줬다. 정원 주변에는 현무암 돌담을 둘러 제주의 특색을 나타냈다. 아쉽게도 철제로 된 상가 간판에서 녹물이 나와 건물 외벽을 더럽히고 있었다. 바닷가 염분의 영향으로 부식이 더 빨리 진행된 듯하다.
세화 해변 인근에서 발견한 초가지붕을 한 상가. 이엉을 얹은 뒤 동아줄로 고정시킨 지붕과 현무암석재가 남아 있는 외벽을 제외한 다른 모든 것들은 리모델링되어 있는 상태였다. 돌담은 손님들을 끌기 위해 윗부분을 일부러 무너뜨린 듯했다. 그래도 제주도에서 본 첫 초가지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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