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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복 하카마 주름 잡기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7. 3. 6.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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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검도복의 하카마에는 앞쪽에만 다섯 개의 주름이 나 있다. 속에 있는 주름과 뒤쪽에 있는 주름을 합하면 그 수는 더 많아진다. 그러니 하카마의 주름을 정확하게 접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 출시되는 하카마 중에는 윗쪽과 아랫쪽에 살짝 박음질을 넣은 것이 있어 주름 관리가 조금 더 편하다는데[각주:1], 내 하카마에는 그런 것이 없다. 난 지금껏 손수 하카마의 주름을 다듬어 왔는데, 다듬을 당시에는 잘 잡힌 것처럼 보이는 주름이 막상 옷을 입고 나면 옆으로 틀어져 있는 경우가 상당했다. 이 하카마를 십 년 가까이 입어 왔으니 옷이 조금씩 늘어나거나 틀어지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다. 그래서 이번에 좀 오랜 시간을 들여 주름을 새로 잡았다. 주름을 잡는 데는 클립을 이용했다.

 

2.

하카마의 앞쪽 주름 다섯 개에는 '인의예지신'이라는 유교의 오상이, 뒤쪽 주름 두 개에도 역시 '충효'라는 유교 사상이 담겨 있다는 설이 있다. 그런 의미는 후대에 붙여진 것으로 보이며 주창자도 확실치 않다. 다만 '충효' 사상은 일본의 사무라이 정신과 연계된 사생관으로, "'부모에 대한 효도'와 '국가에 대한 충성' 사이에 등호를 그리는 이른바 충효사상은 <논어>와 상관없는 후대 천하통일 시대의 논리"[각주:2]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니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 주장에 따르면 충효 사상은 "한비자에게서 기원한 법가의 원리가 (...) 제국의 통치 원리로 인입된 것"으로, "한당 시대 이후 중국과 고려 및 조선 초기까지도 충효라는 말이 관습적으로 쓰이게 된 것인데, 특별히 일본의 에도 시대에 충-효는 지배 이데올로기로서 작동하였"[각주:3]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카마의 주름, 특히 충효를 유교와 연관시키는 것엔 다소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다.

 

클립을 이용해 주름을 잡아놓은 하카마.

 

 

  1. 하카마에 박음질이 되어 있으면 주름 잡기에 편할 것이다. 그러나 세월에 따라 하카마가 늘어나거나 줄어들면 박음질의 위치와 주름선이 달라지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본문으로]
  2. 배병삼,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사계절 2005), 110쪽 [본문으로]</논어,>
  3. 배병삼, <우리에게 유교란 무엇인가> (녹색평론 2012), 71쪽 [본문으로]</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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