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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도 대역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6. 10. 2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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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도 촬영에 대역 배우가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고 잠시 남을 대신하여 뛰게 되었다. 검도는 호면을 착용하면 얼굴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다른 분야의 대역 배우들과는 달리 분장이 필요하지 않고, 따라서 촬영 장비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만 제외하면 평상 시 운동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처음엔 그런 단순한 기분으로 촬영에 임하했으나 시간이 조금 지나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무엇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다소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내가 대역이라는 것을 주변의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어느 공간에서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존재하게 될 것이었다. 비록 대역이더라도 나는 왜 나를 드러낼 수 없는가? 관객은 사전에 대역의 존재를 알아서는 안 되는가? 

 

어찌 보면 그저 잠깐 운동했다고 생각하면 되는 대역이라는 간단한 문제. 그러나 임금을 지불받은 노동자와 조수가 만든 작품들이 그들을 고용한 건축가와 미술가의 이름으로 출품되는 현대 예술의 세계에선 조금은 유의미할 문제.

 

검도 대역을 소화하기 위해 호구를 착용하는 모습. 한영숙 검도관

 

사진 촬영: 한영숙 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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