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카를루시오(Antonio Carluccio)는 이탈리아의 요리사이자 음식 전문가로 이탈리아 미식계의 대부로 통하는데, 어느 날 우연히 카를루시오가 직접 소개해 주는 "진짜 카르보나라"의 조리법을 알게 되었다. 조리법을 보니 그렇게 어렵지 않아 보여 나도 이 "진짜 카르보나라"를 만들어 보았다.
카를루시오에 따르면, 그가 소개해 주는 "진짜 카르보나라"는 과거 로마 제국 사람들이 즐겨 먹었을 "로마 파스타"와 동일하다. 옛 로마 사람들은 돼지의 뺨부분인 관찰레(Guanciale)로 파스타를 만들었는데, 그는 관찰레 대신 판체타(Pancetta)로 카르보나라를 만들었다. 하지만 관찰레와 판체타는 크게 다르지 않고, 전체적인 레시피가 로마의 것과 똑같기 때문에 그가 만든 카르보나라가 "진짜 카르보나라"이며 사실상의 "로마 파스타"라는 설명이었다.
카를루시오가 굳이 "진짜"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다른 나라에서 행해지는 카르보나라의 조리법이 점차 '원조'라고 여겨지는 이탈리아의 방식과 달라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때 프랑스의 한 뉴스 사이트에서 이탈리아의 카르보나라 조리법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베이컨을 물에 삶고, 길쭉한 스파게티 면이 아닌 리본 모양의 파르팔레 면을 사용하며, 크림을 이용)으로 카르보나라 조리법을 소개하자 이탈리아 누리꾼들이 그건 카르보나라가 아니라고 성토하는가 하면, 이탈리아 파스타 업체는 프랑스 매체에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카를루시오는 레시피 설명 도중에 "절대, 절대, 절대"라는 단어를 반복하며 크림을 사용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나는 판체타는 물론, 관찰레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베이컨을 사용했다. 엄밀히 말하면 진짜 카르보나라 조리법을 따라한 건 아닌 셈이다. 하지만 그 부분을 제외한 다른 부분에선 거의 모든 것을 해당 조리법에 맞게 만들었다. 올리브 오일도 이탈리아산 오일을 이용했으며, 달걀은 특별히 '무항생제 동물복지 유정란'을 사오는 신경을 기울였다. 또한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덩어리를 구해 직접 채판에 가는 수고도 감행했다.
조리를 위해 먼저 스파게티 면을 소금을 넣은 물에 약 10분간 삶았다. 면이 삶아지는 동안 올리브 오일을 두른 팬에 베이컨을 익혔으며, 베이컨이 익는 동안 볼에 달걀 노른자 3개와 파마산 치즈 가루, 그리고 후추를 넣어 섞었다. 베이컨이 다 익자 키친타올을 이용해 기름을 뺀 후, 삶은 면을 얹었다. 그리고 (스크램블 에그가 되는 걸 막기 위해) 팬을 적당히 식힌 뒤 달걀 노른자를 이용해 만든 소스를 면에 부었다. 마지막으로 면 위에 파마산 치즈를 채 썰고 후추를 뿌렸다.
사진은 첫 시도 후 이틀 뒤 다시 만들어본 두 번째 카르보나라. 2016. 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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