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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세아 클램 입수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6. 5. 9.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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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흔히 대왕조개라고 번역하는 자이언트 클램(Giant Clam)은 길이가 1미터 넘게 자라고, 무게도 보통 100kg이 넘는다.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에서 공주가 잠을 청하곤 하던 조개껍질이 바로 자이언트 클램이 죽은 뒤에 남긴 껍질이다.

 

자이언트 클램은 우리가 흔히 보는 조개와 크게 다른 점이 있다. 물론 크기가 다르지만 이보다 훨씬 중요한 차이가 있는데, 그건 이들이 산호처럼 공생조류를 통해 광합성을 한다는 사실이다. 자이언트 클램의 겉껍질 안에는 공생조류(Zooxanthella)들이 머무는 맨틀(mantle)이 있으며, 자이언트 클램은 광합성을 하기 위해 패각을 벌린 뒤 이 맨틀을 밖으로 꺼낸다. 

 

자이언트 클램의 색상은 대단히 화려하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맨틀의 홍체 세포(iridocytes)에 있는 파랑, 초록, 파랑의 색상 조합을 이용하여---마치 LCD TV의 RGB 배열처럼---빛을 발생시킨다고 한다.[각주:1] 문어나 갑오징어는 이런 능력을 위장이나 동족간의 통신을 위해 사용하는데, 클램의 경우엔 그 사용처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자신의 몸에 살고 있는 공생조류의 광합성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이 능력을 사용하는 것 같다는 가설을 검증 중에 있다.[각주:2]

 

자이언트 클램은 다른 조개들처럼 물에서 영양분을 얻기도 한다. 패각 안에 있는 흡수관(inlet siphon)과 배출관(outlet siphon)으로 물을 통과시키고, 이때 아가미에서 산소를 얻는 동시에 식물성 플랑크톤을 여과섭식(filter feeding) 한다. 하지만 여과섭식만으로는 영양분이 충분하지 않아서 광합성이 반드시 필요하며, 따라서 빛이 적절하게 들지 않는 곳에서 자이언트 클램을 키우면 백화 현상이 나타나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

 

자이언트 클램에 관한 가장 흔한 괴담은, 잠수부들이 가까이 갔을 때 자이언트 클램이 갑자기 입을 다물어서 몸이 클램 사이에 끼이게 되고, 그리하여 잠수부가 익사에 이르게 된다는 공포스러운 이야기이다. 그리하여 자이언트 클램은 '살인 조개'라고도 알려졌는데, 이 이야기가 꽤 인상적이었는지 네이버 캐스트 같은 대형 포털의 저자들도 자이언트 클램에 가까이 갔을 땐 그런 사고를 주의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바닷속 생물에 대한 지식이 늘어가면서, 자이언트 클램에 대한 그런 식의 설명은 신빙성이 없다는 주장이 늘고 있다. "Unsolved Mysteries of the Sea"의 저자인 Lionel와 Patricia Fanthorpe는 자이언트 클램이 갑자기 잠수부의 발을 물고 놔주지 않는 바람에 잠수부가 결국 죽게 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클램이 입을 완전히 닫으려면 내부의 물탱크(water chamber)를 완전히 비워야 하는데, 그 작업에는 몇 초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즉, 자이언트 클램은 순식간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따라서 다이버가 일부러 끼일려고 노력하지 않는 한, 조개의 양 껍질 사이에 신체 일부가 붙잡히기란 어렵다. 바닷속 생물에 대해 막 알아가던 시기에 약간의 상상력이 동원되어 '살인'이니 '식인'이니 하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사실처럼 덧붙여진 것 같다.

 

일반적인 해수 동호인들이 자이언트 클램을 집에서 키우게 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크기가 너무 크고 또 희귀하기 때문이다. 대신, 자이언트 클램과 같은 과에 속한 맥시마 클램과 크로세아 클램을 많이 키운다. 맥시마 클램의 경우 보통 최대 20cm, 크로세아의 경우 최대 14cm까지 자란다고 알려져 있어 가정집의 작은 수조에서 키우기에 적당하다. 크기만 다를 뿐, 광합성의 특성은 물론 색의 화려함까지 거의 동일하다.

 

내가 며칠 전에 집에 데려온 클램은 크로세아에 속한다. 클램은 반고착형 생물로, 몸에 있는 족사(byssus)를 이용해 주변의 물체를 붙들어 자신의 몸을 지지해야 한다. 그래서 몸을 지탱할 프랙 베이스를 넣어 주었다. 처음에는 프랙 베이스가 클램의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 위에서 자꾸만 넘어졌다. 하지만 프랙 베이스를 모래로 살짝 덮은 뒤 그 위에 올려주자 며칠째 잘 붙어 있다. 벌써 적응을 완료했는지 맨틀을 꺼내 한껏 뽐내고 있다.

 

광합성을 하기 위해 맨틀을 몸체 밖으로 꺼낸 클램. 서울, 2016. 5. 3.

 

저녁이 되어 빛이 줄어들자 패각 안으로 들어간 맨틀. 서울, 2016. 5. 4.

 

 

집의 클로세아 클램을 촬영하던 도중, 클램이 족사(byssus)를 이용해 움직이는 모습과 물을 내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해당 장면을 아래와 같이 영상으로 만들어 보았다.

 

 

 

  1. by Maddie Stone, "Giant Clams Light Up Like Plasma Screens, Only Better Maddie Stone ", 1/19/16, https://gizmodo.com/giant-clams-light-up-like-plasma-screens-only-better-1753754227 [본문으로]
  2. Source from University of Pennsylvania, "How giant clams harness the sun by growing algae as a source of food", October 2, 2014,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14/10/141002123728.htm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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