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여 내게 오라
결정된 미래조차 내팽개친 권태
스스로 만들어낸 우울
살찐 혀에 야윈 독설의 쾌락을 채운 괴물이여
어제의 회한을 조악하게 꾸며내
잠든 내 꿈을 멋대로 유린하였으니
오늘도 침대에 고통과 탄식을 숨겨올 너
내게 오라
이제 네 목을 쥐어짜듯 움켜쥐리라
버려진 시간과 헛되었던 세월
그건 모두 너 괴물, 네놈 탓이렸다!
제단 위에 네 몸뚱이를 올려놓으마
위대한 자여, 내 분노의 봉헌물을 받으소서
창백한 얼굴로 돌진하여
몸부림치는 네놈 위로 신성한 칼날을 내려치는 순간
──갑자기 넌 킬킬거렸지
종들이 사방에서 울부짖으며 날 막으려 했으나
이미 늦어버렸어
"하느님은 견딜 수 있는 시련만 주시는 법!"
그가 일어나 쓰러진 나를 제단에서 끌어내렸지
아, 지상에서 고통 받은 나
기이한 거울 속 괴물에 사로잡혀
이제 지하에서도 구원받지 못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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