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사샤와 나

우아하고 감상적인 산책로/시

by solutus 2016. 4. 17. 03:59

본문

내가 그대에게 줄 수 있는 것

오직 꿈뿐이라

어둑한 방에 옹송그려 앉아

휘뚜루 휘뚜루 홀로 끄적이곤 했다

 

그럴 때면 하늘은 가난하고 끄무레했다

잔풍에도 사롯불이 사위고

뒤란의 뒤척임에도 쉽게 무섬증이 실리었다

 

가자 가자꾸나

내가 사랑하는 사샤가

멀리 따뜻한 남방에 먼저 가 나를 기다리니

표표한 손놀림에 청승을 떨쳐내고

가자 조금만 더 가자꾸나

 

간단없이 이어진 후미진 길

산모롱이 돌고 돌면 어떤 풍정 보일려나

시척지근한 옷냄새와

거칫한 피부는

따사로운 가난함

그러니 가자 조금만 더 가자꾸나

휘휘한 밤기운도 이제 곧 슬어지려니

 

꿈밖에 줄 수 없던 밤

나를 사랑하는 사샤는 오늘도 어디에 앉아

뒤란 별무리의 이야기를 도란도란 전해듣고 있을 것이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