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티벳에서의 7년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03. 1. 22. 17:03

본문

그 말 많던 <티벳에서의 7년>이란 영화를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다. 아주 감명깊게 보았다. 재미가 없다던 사람들의 말과는 달리, 그것을 보는 2시간 내내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받았다. 너무 재미있게 본 터라, 평소엔 잘 보지 않던 영화 비평을 검색해 보았다. 그런데 나름대로 많은 사이트를 둘러보았지만 <티벳에서의 7년>에 대해 좋은 감상평을 내린 글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주인공이 서양인이고, 그 서양인의 관점에서 본 줄거리에, 배경 또한 티벳과 중국의 정치적 갈등이 쟁점화되는 시기여서인지 사람들의 관심은 대부분 그것으로 쏠렸다. 즉 영화가 서양이 동양을 바라보는 오리엔탈리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티벳인들이 서양음악에 맞춰 우스꽝스럽게 춤을 추는 모습이나 그들이 점점 서양 문물에 익숙해져가는 모습, 이해하려 하지 않고 단지 동양을 신비스럽게만 나타내려 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영화를 비판하고 있었다. 하지만 난 묻고 싶다. 그들은 왜 주인공 하러(브레드 피트분)가 처음 달라이 라마를 만나 절을 올리는 장면을 우스꽝스럽게 보지 않았는지. 또 왜 하러와 그의 친구 아우프슈나이터가 티벳의 문화에 진심으로 동화되는 장면은 놓쳐버렸는지. 하러가 티벳의 종교를 신비하게 바라본 것처럼 달라이 라마도 서양 문물을 처음 접하면서 그들을 사상과 문물을 이해 못하고 신기해하는 모습은 왜 잊어버렸는지 말이다.

하러는 처음엔 그들의 종교를 미신이라 생각하며 상대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달라이 라마를 만나면서부터 점점 태도가 달라지게 되고, 그와 오랜 세월 교우를 하며 그들의 정신적 세계에 믿음과 존경을 가지게 된다. 하러의 건방지고 안하무인하던 태도는 달라이 라마와의 대화 끝에 '...절대적인 소리와 빛을 느끼고 마음 속에서 강렬한 삶의 존재를 느끼죠...바로 당신 앞에서...' 라고 말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놀라운 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티벳인들도 서양의 문물과 그들의 문화를 조금씩 받아들이면서 그들 나름대로의 '재미있는 경험'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비평이 오리엔탈리즘을 운운하며 비판만 하고 있는 것이다.

달라이 라마와 하러의 만남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그들의 교감이다. 그들의 만남을 누가 더 상대방을 많이 이해했는가로 구분짓지 말고,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성장한 이들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여 가는가에서 그 의의를 찾아야 한다. 영화는 마지막에 하러와 달라이 라마는 여전히 친구로 지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영화에 대한 무책임한 비판을 하기 전에, 영화가 뜻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