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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반구의 은하수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1. 8. 7.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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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50분 경, 난 당직으로 남설악탐방지원센터에서 근무하고 있었고 사람들에게 체조를 시키기 위해 그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를 본 탐방객들은 언제나처럼 문을 빨리 열어달라며 성화였다.

"문 좀 빨리 열어주면 안되요? 일출 봐야되는데."
"일출... 지금 날씨가 흐리고 구름도 많아서 보기 힘드실 텐데요."
"구름은 무슨. 지금 하늘에 별이 보이는데."
"별이요?"

어제 내내 날씨가 흐렸기 때문에, 나는 탐방객이 빨리 탐방로에 들어서고 싶어하는 마음에 그런 말을 하는 거겠거니 생각하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별 두어개가 건물과 숲 사이에 보였다. 많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별이 보인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기는 했다. 전혀 기대를 안하고 있었으니까. 3시가 넘어 탐방객들을 모두 입장시키고 난 뒤, 난 천천히 하늘이 잘 보이는 곳으로 걸어갔다.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건물 위로 별이 보였으니 하늘이 잘 보이는 곳엔 조금 더 많은 별이 있을 것 같았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내 시야를 가리던 산줄기가 조금씩 낮아졌고 조금씩 조금씩 하늘이 더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걸음 더 내딛였을 때, 세상에, 난 밤하늘의 은하수를 볼 수 있었다.

북반구에서 은하수를 본 것은 그것이 처음이었다. 하늘이 어찌나 맑은지, 심지어 맨 눈으로 플레이아데스 성단의 별을 5개까지 볼 수 있었다. 오늘에서야 강원도 산간에 별이 쏟아질 정도로 많다는 이야기가 사실임을 알게 되었다. 이틀 전에 서울에서 망원경도 가져왔으니 운이 따르면 좋은 걸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1시간쯤 뒤 다시 하늘을 보았을 때 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아마 하늘이 그 잠깐의 시간만 깨끗한 은하수를 허락했었나 보다. 참된 기억은 환영처럼 보인다는 말이 있다. 태어나 처음 본 북반구의 은하수를 생각하며, 난 잠깐 동안 보았던 그 환영의 놀라움을 되새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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