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루미가 쓰는 화장실은 현관쪽에 있다. 현관은 중문으로 가로막혀 있기 때문에 사실상 실외처럼 쓰고 있는데, 루미 화장실을 거기 두고 쓰는 바람에 중문을 제대로 닫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루미 화장실을 실내에 들여 놓기 위해 고심을 했다. 화장실을 실내로 들이기 위해선 몇 가지 제약 사항이 있었다.
1. 화장실 내부의 냄새 방지와 먼지 제거를 위해 환기가 잘 되어야 함
2. 화장실 내부의 먼지와 냄새가 실내로 퍼지지 않아야 함
3. 화장실 내부에 빛이 잘 들어갈 수 있어야 함
4. 배변 시의 안정감과 몇 번의 볼일을 수용할 수 있도록 화장실 크기가 커야 함
5. 고양이가 모래를 파헤칠 때 모래가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도록 입구가 위쪽에 있어야 함
6. 사막화 방지를 위해 화장실 내부의 동선이 길어야 함
7. 청소가 편리해야 함
8. 화장실 이동이 편리하도록 바닥에 바퀴가 달려 있어야 함
검색을 충분히 해보았지만 이 항목들을 모두 만족시켜주는 기성 제품이 존재하질 않았다. 플라스틱 화장실은 사막화와 외부로 새어 나가는 먼지를 거의 막아주지 못했고, 원목 화장실 역시 냄새와 내부 먼지 제거에 있어서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였다. 또 원목 화장실은 시간이 지나면 내부에 변이 묻게 되고 또 냄새가 배이므로 이를 위한 바니쉬칠이 꼭 필요한데, 중저가의 원목 화장실은 대부분 바니쉬가 칠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다시 말해, 고양이들은 실내 생활을 하는데 반해, 그들이 쓰는 화장실은 대부분 실외에 적합한 용도로 제작되어 있었다. 고양이 화장실의 내부 환기는 고양이 건강을 위해 중요한데, 그 환기된 공기가 먼지와 냄새를 품은 채 사람이 사는 실내로 퍼지는 문제를 고려한 기성 제품이 전무했던 것이다. 전기를 이용해 팬과 필터로 먼지를 제거하는 기성 제품이 몇 개 있었는데, 그 제품들 모두 화장실 크기가 너무 작았고 사막화 방지를 위한 어떤 대책도 없었으며 국내 AS도 불가능했다. 게다가 필터와 같은 소모품도 구하기 쉽지 않아 보였다. 사용자도 거의 없어서 후기를 읽을 수도 없었으니 결론은 하나. 자작하는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원목으로 만들까 하였으나 제작상의 불편함과 큰 부피, 무거운 무게, 그리고 청소의 어려움 때문에 배제하였다. 이제 구상은 끝이 났고 도구들만 고르면 되는 상태다. 일단 화장실로 쓸 커다란 리빙박스를 구매하여 적응 중에 있다. 사막화 방지를 위해 2층 구조를 택했고, 발바닥의 모래가 잘 떨어져 나가도록 하기 위해 투명 아크릴 위에는 루바망을 깔 생각이다. 화장실 실내가 어둡지 않도록 하기 위해 위쪽 뚜껑은 반투명 플라스틱을 선택했다. 청소를 쉽게 하기 위해 바닥에는 바퀴를 달 예정이며, 2층 구조는 1층과 분리되게 하였다. 또한 냄새 제거와 환기를 위해 뒤쪽에 자바라를 달아서 화장실 환풍구와 연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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