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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수녀원 (툿찡 포교 베네틱토 수녀회)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5. 9. 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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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외곽에 있는 금호택지개발예정지구에 들렀다가 대구수녀원을 구경하게 되었다. 운전석 창밖으로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대구수녀원"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여태 수녀원을 직접 본 일이 없었기에 호기심이 생겼다. 


수녀원은 꽤 넓었다. 기도와 명상을 위한 언덕길과 커다란 잔디밭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그 옆에는 축산 시설이 있었다.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시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덕을 내려가니 평신도로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둘 어디론가 바삐 걷고 있었다. 미사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듯했다. 이름 모를 어떤 건물 앞에 다다르자 아내가 저길 보라며 다급하게 내 팔을 흔들었다. 아내가 가리키는 곳의 유리창 너머로 하얀 두건에 베일을 쓴 수녀들이 보였다. 수녀들이 방을 가득 채우고 있는 그 모습은 가히 놀라웠다. 나는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어했지만 아내는 우리 복장이 미사에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우려스러워했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 오히려 수녀님이 먼저 다가와 우리를 미사실로 이끌었다.

 

수녀들이 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런 광경은 처음 마주하는 거라 눈을 크게 뜬 채 두리번거렸다. 수녀들은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하얀 튜닉 위로 하얀 허리띠를 매고 있었고, 머리카락은 하얀 두건과 하얀 베일을 이용해 가리고 있었다. 의복 중 하얗지 않은 것은 신발뿐이었다. 윔플과 스카풀라는 하지 않은 간소한 복장이었다. 정팔각형 형태의 홀 북쪽 끝에는 제단이 위치해 있었는데 목재가 아닌 석조였다. 제단 위쪽에 십자가나 예수상이 없는 게 특이했다. 그 대신 제단 오른편에 세 개의 십자가가 세워져 있었다. 기존에 보아오던 것과는 사뭇 다른 형태였다.

 

한 시간에 걸친 미사를 끝내고 나오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외국에서는 이런 비는 그냥 맞고 다녀. 우산이 있어도 펼치지도 않아." 난 괜한 소리를 하며 아내의 손을 잡고 걸었다. 그리곤 미사를 본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아내는 좋았다고 했다. 비신자가 듣기에는 따분한 강론이라 생각했기에 의외의 대답이었다.

 

"무엇보다도 먼저 들으라는 말이 좋았어." 수사신부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었나? 주변에 눈을 빼앗겨 듣지 못했던 모양이다. 먼저 들으라. 듣기에 좋은 참 어려운 말이 아닌가. 이 듣기에 좋은 말은 하기에도 좋은 말일 것이다.

 

그렇게 얘기하며 걷다 보니 곧 수녀원의 경계였다. 우리는 차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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