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커피 원두는 아주아주 비싸. 알고 있는 거야?" 우리가 이 원두를 사겠다고 물었을 때 이탈리아인 점원이 한 말이었다. 그렇다. 그 원두는 정말 비쌌다. 가격은 1kg에 143유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kg에 약 19만원이었다.
이 비싼 원두를 판매하던 곳은 이탈리아 로마의 판테온 근처에 있는 타짜도로라는 커피 전문점이었다. 앉아 마실 테이블도 없던 그 이상한 곳에 갔을 때---하지만 타짜도로가 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한 커피 전문점이라는 말에---난 얼마나 맛있는지 보겠다며 메뉴판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채 일단 가장 비싼 걸 골랐다. 내가 고른 건 카푸치노였는데, 그 카푸치노는 에스프레소 기반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매우 부드럽고 달콤했다. 그런 커피맛은 처음이었다. 바리스타의 우유 배합 실력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났던 것일까? 아니면 원두의 힘이었을까? 원두를 갓 볶았기 때문에? 아니면 에스프레소 머신의 능력이?
우선적으로 이것이 갓 볶은 원두의 힘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우리는 내가 마셨던 커피의 원두를 사고 싶다고 물었고 돌아온 대답은, 그 카푸치노는 자메이카 블루 마운틴으로 만들었으며 아주아주 비싸다는 것이었다. 혹시나 우리가 잘못된 선택을 할까 봐 걱정되서 한 대답일 것이다. 물론 그렇게 비쌀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의 선택은 100g만 사는 것이었다. 100g이면 약 2만원. 호사라면 대단한 호사였다. 하지만 방금 전의 그 맛을 원두의 힘을 빌어 다시 느낄 수 있다면 문제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먼 이국땅까지 왔는데 이 정도는 괜찮은 게 아닌가, 하면서.
타짜도로의 자메이카 블루 마운틴 카푸치노
자메이카의 클리프턴 마운트(Clifton Mount) 농장에서 수입했음을 알리는 나무 액자
우드배럴에 담겨져 있는 자메이카 블루 마운틴. 뒤에선 원두를 직접 볶고 있다. 2015. 9.21.
구입해온 100g 포장. 물론 블루 마운틴 100%. 2015.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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