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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함, 그 소외에 대한 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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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엔 삭막함이 있다. 단조로운 사막, 적막한 들판, 고도의 산봉우리, 암흑의 우주, 그밖의 기계적인 모든 것들. 그들은 평소에는 결코 느낄 수 없었던, 그 놀랍도록 거대하고 광포한 자신들의 존재에 대한 인식을 통해 철저한 소외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렇기에 그들은 하나의 욕구가 된다. 지금까지 속해 살았던, 현대적이라 불리는 것들에 소외되길 원하는 욕구.

어떤 것이 '현대적'이라는 의미는ㅡ『장식과 범죄』에서 아돌프 로스가 쓴 것처럼, 그리고 내가 옹호하는 바와 같이ㅡ어떤 물건, 혹은 존재가 집단 내에서 눈에 띄지 않는 상태에 있음1)을 뜻한다. 현대적인 것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와 동시에 이 시대에 현대적이지 않은 것들은 너무나 쉽게 드러나고 비판받으며, 현대적이라 불리는 것들은 누구나 지녀야 할 기본적인 생활의 요소로 이해되어 버린다. 그렇기에 나는 그들을 원했다. 그 '현대적인'이라는 이름에 따라오는 많은 보상들을 난 놓치기 싫었던 것이다. 그래서 철저하게 대중의 일원으로 살아왔다. 있어도 없어도 문제되지 않는, 존재조차 알 수 없는, 그러나 너무나도 안전한 그 현대적인 것들의 일원으로.

그런 현대적 인간은 자연이 주는 삭막함과의 만남을 통해 그 모습을 탈피한다. 현대의 화려함 속에 은폐되어 있던 진실한 소외를 마주하게 된다. 소외와의 조우. 그곳에 도달할 때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것은 자폐적이고 종말적인 소외가 아니라 가려졌던 것들에 대한 인식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아돌프 로스의, 그 단순해 보이는 건출물 뒤에 가려진 너무나도 풍부한 감정들처럼.

어느 날, 왜 차가 아니라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지 한 사람이 나에게 물었다. "차가 더 낫지 않아요?" 난 속으로 '오토바이'란 그 단어를 정정한 후 다시 속으로 말했다. '우리 사회에선 그것이 터부가 되어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전후문맥을 알 수 없는 그 한 문장을 그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난 또다시 소외에 대한 욕구를 느끼며, 현대적이지 못한 나를 느끼며 농담조로 말했다.

"특이하잖아요."

우리는 함께 웃었다.



"인간은 자신이 전체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자각하며 그 보잘것 없고 미미한 개인주의적인 자만에서 벗어날 때 우리가 곧 창조할 에덴에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ㅡ몬드리안"


1) 아돌프 로스가 쓴 글의 일부를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옷 / 어떻게 입어야 할까요? / 현대적으로. / 언제 현대적으로 입었다고 할 수 있나요? / 가장 눈에 띄지 않게 입었을 때. / (…) / 서양문화의 중심에서 눈에 띄지 않으면, 현대적으로 입은 것이다. (…) 서양문화의 중심에서, 어떤 특정한 용무에 있어, 최상의 집단에서, 눈에 띄지 않으면, 현대적으로 입은 것이다." 아돌프 로스 지음, 현미정 옮김.『장식과 범죄』(소오건축, 2007), 249~2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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