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케이스 뚜겅을 연다. 그러자 담배에 첨가되어 있는 감미료의 특유한 향이 조금씩 흘러나온다. 담배를 한 개비 꺼내 입에 물고 라이터를 켠다. '착'하는 소리와 함께 작은 불길이 솟아 오른다. 그 불길을 손으로 살짝 감싸쥐며 담배로 가져간다. 불길의 따스함과 타들어가는 담배종이 소리가 묘한 운치를 더한다. 기도를 지나 폐부에 전해지는 연기가 몸을 나른하게, 그리고 동시에 차분하게 만든다.
아마 저 여자 분도 그랬으리라. 7년 전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나는 커피숍을 빠져 나오며 보았던 한 여자를 생각한다. 그녀의 한 쪽 손엔 담배가 들려 있었고, 그것은 주변에 대한 아무런 의식 없이 입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그녀의 폐에서 빠져나온 한 모금의 연기가 다시금 공기 중에 퍼졌다.
"저렇게 몸 함부로 굴리는 여자는 만나면 안돼." 커피숍의 문이 닫히자마자 그는 내게 말한다. "그렇죠."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까 잠시 생각하던 나는 신호등 앞에 멈추어 서며 짤막하게 대답한다.
담배엔 니코틴, 타르, 다이옥신이 들어있다. 그것은 자신에게도 해가 되고 남에게도 해가 된다. 그것은 사실이고, 그러므로 담배를 피는 사람은 몸을 함부로 굴리는 사람이며 따라서 지각 없는 사람이고, 그래서 만나서는 안되는 사람이다. 담배를 피는 여자에겐 더욱 혹독한 평가가 뒤따른다. 그리고 그것은 대개 비인간적인 멸시와 다를 바 없는 것들이었다.
자신에게 해로운 걸 알고, 또 그 행위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걸 알면서도 행하는 사람들은 비난받는다. 그래, 어쩌면 비난받아 마땅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은 자신의 말과 행동들이 담배를 피는 행위보다도 더욱 위해성을 내포하고 있음은 자각하지 못했다. 업신여김, 비난, 경멸, 냉소, 무관심이 그들의 입과 행동을 타고 흘러나왔고, 그것은 그들 스스로와 그것을 보고 듣는 모든 사람들의 귀와 눈을 망쳐놓았지만 그들은 그걸 알지 못했다. 공중을 떠돌다 사람들에게 서서히 스며드는 그 악언의 독성 연기를.
담배를 피지만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볼 줄 아는 사람들을 난 많이 알고 있다. 그리고 담배를 피지 않지만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사는 사람들은 더욱 많이 알고 있다. 담배엔 운치와 위로의 감정이라도 있었지만 그들의 말엔 오로지 냉소만이 있었다.
오늘도 누군가 길을 가다가 다른 이들에게 비웃음을, 타인의 사생활에 대한 끊임 없은 뒷얘기를 내보낸다. 그들의 입에서 숨막히는 일산화탄소가 흘러 나왔고 내 숨은 점점 막혀 왔다. "죄송하지만 공공장소에는 금언[言]을 해주시겠습니까?" 차가운 저녁, 오늘도 난 모두를 뒤로 한 채 조용히 횡단보도를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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