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먹는 내내 너무 피곤했던 나는 사람들과 같이 어울리려던 생각을 바꾸고 술 한 잔만 딱 비운 채 돌아갈 결심을 했다. 다른 분들을 먼저 볼링장으로 밀어넣고 한 분에게만 너무 피곤해서 자러 가야겠다고 슬쩍 말한 뒤 돌아왔다. 사실이었다. 난 저녁 먹는 내내 잠을 청하고 싶을 정도로 피곤한 상태였다.
돌아오는 길의 바람은 무척 차가웠다. 어깨를 움추린 채 걸으며 내일부터는 목도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문득 하늘을 바라보곤 공기가 무척 맑음을 알았다.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밤하늘을 계속 바라보니 암순응이 일어나며 하나 둘 별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차부 자리인지 쌍둥이 자리인지 모를 별들이 어슴프레 빛났다. 쌍안경을 빨리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원경을 살 생각을 작년부터 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활용가치가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검도복과 호구를 바꾸어야 하니 망원경은 잠시 미루자는 생각도 들고. 일단은 쌍안경을 들고 동호인들을 따라 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자리에 돌아오니 왠일인지 생기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 몸은 피곤한데 정신은 맑아진다. 이상한 일이다. 다시 읽고 싶은 책 구절이 떠올라 책을 편다. <우리는 계단에 앉아, 한참 말이 없었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왔다. 누군가 광둥어로 부르는 노래처럼 촌스럽고 서정적인 바람이었다. (…) 나는 그 옆에 잠자코 앉아, 어머니의 어깨에 내 조그마한 머리통을 기댔다. 1980년대 말 사람들은 1980년대적 풍경 속을 바삐 오갔고, 그날도 아마 땅속에선 수십대의 지하철이 물뱀처럼 허리를 틀며 부드럽게 헤엄치고 있었으리라. 지금도 나는 그 고유한 휴지 속에 앉아, 어머니와 말없이 맞았던 바람을 생각할 때면─ 이상하게 조금, 가슴이 아프다.1)> 생각하면 이상하게 조금, 가슴이 아픈 일들이 있다. 이상하게 조금.
오늘도 이른 잠을 청하지는 못할 것이다.
1) 『2008 현대문학 수상소설집』(현대문학, 2007), 104쪽. 김애란,「네모난 자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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