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이런 기사가 났다. 어떤 회사에서 면접을 볼 때 예비 사원들에게 5,000원을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말했다고 한다. 그 돈으로 무언가 값진 일을 하고 보고서를 내라고.
당연하게도, 5,000원을 받은 그들은 뭔가 타인에게 좋은 일을 하기 위해 움직였다. 노숙자에게 식사를 대접한다거나, 연인들에게 추억의 물품을 제공한다거나. 그들은 회사가 원하는 답을 알았고, 그래서 그에 걸맞은 행동을 했다. 기사는 그 예비 사원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글을 마쳤다.
난 다시 리어왕이 생각났다. 리어왕은 자신의 세 딸에게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느냐고 물었다. 영악한 첫째 딸과 둘째 딸은 왕이 원하는 답을 알았다. 그래서 그가 원하는 대답, 당신을 끝도 없이 사랑한다는 그런 말들을 과장하며 쏟아 냈다. 하지만 리어왕이 가장 사랑하던 셋째 딸은 그저 담담하게, 자신은 자식의 도리를 다할 뿐이라고 대답했다. 우리는 그 대답의 결말이 어떤지 알고 있다. 아첨을 한 첫째 딸과 둘째 딸은 리어왕에게 선택을 받지만 셋째 딸은 추방을 당한다. 하지만 결국 리어왕은 아첨을 일삼던 두 딸에게 배신을 당한 뒤 자신을 진정 사랑한 셋째 딸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것은 아첨의 결말에 대한 아주 일반적인 예시이다. 하지만 세상은 400년 전에 나온 이런 지혜를 아직도 따라가지 못한다. 회사는 답이 뻔한 질문을 하고, 구직자들은 그들이 원하는 행동을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행동들을 칭송한다. 그게 결국엔 아첨에 불과하다는 걸 숨긴 채.
난 이런 상상을 한다. 만일 나에게 그 5,000원을 줬다면, 난 오락실에서 그걸 다 써버렸을 거라고. 그리고 돌아가서 말할 것이다. 나의 소중한 정신 건강을 위해 그 5,000원으로 내 스트레스를 날려버렸다고. 이 얼마나 값진 행동인가. 뻔한 행동을 은근히 강요하는, 어쩌면 그런 질문을 참신하다고 생각하는, 구직자들의 아첨을 요구하는, 그리고 그 아첨에 만족하는 회사에게 해줄 수 있는 건 그런 것 밖에 없다.
하지만 나의 그런 행동은 상상일 뿐이다. 세상의 이해관계는 너무나 거대하고 견고해 뚫고 나가기가 어렵다. 그들은 그 까짓거 그냥 한번 좋게 해주면 어떠냐고 부드럽게 속삭이고, 배고픔과 추위로 윽박지르며,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를 이용해 유혹하니, 그것에 견딜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전 그 돈으로 '좋은 생각'이라는 책을 사서 세상에 있는 따뜻한 일들을 눈으로 읽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글을 통해 체험한 아름다움을 직접 전달하기 위해 근처 고아원을 방문한 뒤, 아이들과 어울리며 그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그리하여..." 이런 표리부동한 상상을 단 한 번 실행에 옮기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다. 너무나도.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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