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상학이 불필요한 학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분명 형이상학은 과학이 아직까지 (혹은 앞으로도) 파헤치지 못하고 있는 부분에 대한 주장을 펼칠 수 있다. 윤리, 인격, 선, 자유와 같은 측면을 형이상학을 완전히 배제한 채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헤겔의 절대적 관념론에 이르면 이 형이상학이 헛되고 의미 없는 망상에 빠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을 떨쳐 버릴 수 없게 된다. 헤겔주의자들의 직관을 뛰어 넘는 그 체계들은 흡사 아리스토텔레스의 막연한 우주관을 떠올리게 하고, 심지어 형이상학이 신비주의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사람들이 철학, 그 중에서도 형이상학에 등을 돌리게 된 원인 중 하나는, 그들이 무리하게 세우려고 했던 이상적이고 절대적인 사상 체계에 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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