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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섦과 익숙함

생각이라는 말벌/2010년대

by solutus 2014. 6. 2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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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집 바깥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설이 있다. 실제로 집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려 하면 몇몇 고양이들은 도망치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이런 고양이의 행동이 그들의 속설, 즉 고양이는 집 바깥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설을 뒷받침해주는 증거일까? 그렇지 않다. 그 고양이는 어려서부터 집에서만 생활을 했기 때문에 처음 보는 바깥 세상을 두려워하는 것이지, 고양이라는 동물이 바깥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강아지도 마찬가지여서 어렸을 때부터 오랫동안 집에서만 생활한 애들은 바깥으로 나가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우리는 겉으로 보이는 행동을 토대로 다른 동물이나 사람의 경향을 유추하려고 한다. 그가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면 내성적이다, 돈을 쓰지 않으려 하면 꽁생원이다,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면 외향적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판단은 '낯섦'이라는 상태를 배제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낯섦이 익숙함으로 바뀌었을 때 그 사람의 행동양식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미리 알 수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익숙함은 사람의 행동을 충분히 바꿀 수 있을 만큼 심리에 강력한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신혼 부부와 결혼 20년차 부부, 신입 직원과 20년차 직원, 집 밖에 나가본 적이 없는 고양이와 자주 다녔던 고양이,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와 사랑을 받음에 익숙치 않은 아이. 생각해보면 그 외에도 셀 수 없는 많은 것에 낯섦과 익숙함이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막 겉으로 드러낸 행동을 보고 결론 내리기 전에, 우리는 그가 또는 그 동물이 단순히 낯섦의 상태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닌지, 그에게 익숙함에 대한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확인해 보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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