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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의 말, 노인의 말

생각이라는 말벌/2010년대

by solutus 2014. 8. 19.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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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젊은이가 어느 노인에게 말한다. "왜 조화를 써요. 그건 가짜잖아요. 생화를 써야죠. 손이 더 가더라도 진짜를 키워야 되요. 조화에선 향도 안 나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이건 젊은이의 말이다. 기력이 쇠하고 몸을 움직이기 불편해지기 전까지, 젊은이는 오직 젊은이의 말만 한다. 그에겐 그의 말이 옳고 당연하다. 그는 늙어서도 자신의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다짐한다. 나이 이야기를 하는 건 그에게 그저 핑계일 뿐이다. 젊은이의 생각대로, 어쩌면 그 노인은 그저 '귀찮아서' 조화를 사용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조화는 시들지 않고 일년 내내 그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살아있는 꽃을 '꺾어버리는' 일도 피할 수 있다. 그럼 생화가 더 좋은가 조화가 더 좋은가? 사람들은 답이 너무 뻔하다고 할 것이다. 당연히 살아있는 걸 선택해야죠, 마음이 사막 같은 사람이나 조화에 만족한다고요. (젊은이) 아니, 조화도 나름대로 장점이 있고, 조금 멀리서 보면 생화랑 구분도 안 되는데, 뭘 그리 따져 따지길? (노인)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젊은이가 있다. 어떤 노인이 조화를 좋아한다면, 어쩌면 그는 조화에서 향기를 상상할 수 있고, 조화에서 생명을 읽어낼 수 있고, 또는, 조화 그 자체로 만족할 줄 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이건 생각일뿐이다. 그런데 만일 이런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면(모조 나비와 장난감 물고기와 플라스틱 꽃에서 살아있는 것 못지 않은 생명력을 발견한다면), 아, 나로서는 알 수 없는 경지이다. 하지만 생각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젊은이의 확신과 노인의 고집이 아니라, 이런 알 수 없는 경지를 향해 한 발자국만이라도 움직이려고 애써보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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