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면을 보고 있자면 공자가 떠오른다.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 무엇이 어떻게 되야 세상이 올바르게 돌아가는 것인지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올바름'을 강조한 공자가 떠오른다. 또 한편으론 노자가 떠오른다. 공자들이 자신들의 '도'에 대해 논쟁하고 있을 때, 그런 논쟁이 헛된 일이라고 여기며 그 헛됨을 피해 사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노자가 떠오른다. 그런데 오늘날의 공자는 '자신의 도'를 이야기할 뿐 공자의 군자상을 따르고 있지 못하니 진짜 공자가 아니고, 오늘날의 노자는 세상을 피해사는 것이 아니라 속세에 머물며 그것에 기대어 살고 있으니 진짜 노자도 아니다. 오늘날의 공자는 노자를 손가락질하며, '그대는 세상을 바꾸려하지 않는 노예'라고 말하고, 오늘날의 노자는 공자를 손가락질하며 '어차피 다 똑같은 놈들'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공자나 노자인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사실 공자도, 노자도 닮지 않았다.
'난 예수를 존경하지만 기독교인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예수를 조금도 닮지 않았기 때문입니다'라고 간디는 말했다. 사람들은 그 위인의 말은 인용해 기독교인을 비꼰다. 그 비꼼이란 얼마나 통쾌했던가. 우리는 예수의 말을 하는 '예수인 척 하는 사람들'을 언제나 쉽게 알아보고, 그들에게 시원한 손가락질을 날린다. 그러나 그렇게 기독교인을 빈정대는 그 순간, 우리 스스로가 공자의 말을 하는 '공자인 척 하는 사람들'이 된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한다. 예수인 척 하는 기독교인, 공자인 척 하는 정의가. 누가 더 나쁜가?
공자는 현실참여를 중요하게 여겼다. 그러나 그런 그도, 세상에 도의가 없을 때는 물러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공자도 도의가 없는 세상에선 노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성인이 아닌, 평범한 이 시대의 공자와 노자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이 세상, 가짜일 망정 여전히 공자보다 노자쪽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그게 무엇 때문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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