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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생각이라는 말벌/2010년대

by solutus 2011. 7. 31.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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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은 왜 필요한가? 열정이 있는 집단이나 조직은 세부적인 시스템이 필요치 않다. '도덕적으로 바람직한 열정'이 있는 집단이나 조직은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듯 내부적으로 조화를 이루어 자연스럽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반면 그런 열정이 존재하지 않거나 약한 곳, 또는 그런 열정이 쉽게 사그라드는 곳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자율적으로 동작하지 않고, 따라서 구성원들을 조율할 세부적인 시스템이 필요하게 된다. 인간의 의지나 열정은 지속적이지 않은 경향이 있으므로 결과적으로---쉽게 비유하여 마치 학생들이 시간표를 짜는 것처럼---인간이 속한 거의 모든 집단은 시스템을 필요로 하게 된다. 문제는 이런 시스템의 구조가 너무 성길 때와 이런 시스템이 너무 세부적으로 짜여질 때 발생한다. 그런 시스템이 너무 엉성할 때 사람들은 방만해지며, 그런 시스템이 너무 치밀할 때 사람들은 구속을 느끼고 쉽게 무기력해진다. 따라서 시스템을 정의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수 있는 관리자, 또는 시스템이 가야할 방향을 제안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구성원은 그 시스템에 누락된 곳이 있어 작업분량이나 업무분장 등에 불평등이 발생하지 않는지, 시스템이 너무 세세하여 구성원의 사생활을 통제하고 창의력을 꺾거나 의욕을 저해하지 않은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생각의 가장 큰 맹점은---그런 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은 그에 합당한 놀라운 열정을 가져야하기 때문에---결과적으로 그 역시 또 다른 시스템 내에 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시스템은 또 다른 시스템에 속해야되고, 그 시스템은 다시 또 다른 시스템에... 이 현상은 연쇄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시스템의 완성에 대한 실현 가능성을 어둡게 만든다. 때때로 사람들이 영웅이나 초인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그들이 '인간적인' 시스템의 구속 저편에 독립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시스템의 완성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그들은 갑자기 나타나 변화를 일으키고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 그렇게, 사람들이 현실에 존재하는 시스템에 대한 기대를 버리게 될 때, 그들은 막연히 영웅을 그리워하게 된다. 그러나 그런 신적인 존재에 대한 단순한 그리움의 결과가 어떨 것인지는 자못 명확하다. 불완전하고 오래 걸리더라도 사람들은 그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 올바르게 가도록 방향을 잡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시스템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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