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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하기

생각이라는 말벌/2010년대

by solutus 2012. 11. 10.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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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인 사고체계의 기반 위에 서있지 않은 생각을 이성적인 사고체계로 설득시키는 것은 어렵다. 어떤 프로테스탄트 종파에서 말하듯, 인간의 내부에 '안으로부터의 빛'이 있고 그 빛이 인간 각자가 가진 신성이라고 생각해보자. 그 생각, 즉 안으로부터의 빛이 인간 각자의 신성이라는 생각은 과학적 논리에 기초하고 있지 않으며 사실상 이성적인 사고와도 거리가 멀다. 그것은 다분히 감각적인 능력 또는 직관적인 능력에 기댄 말이다. 따라서 그런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이성적인 체계 혹은 다른 감각적인 체계로 설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감각, 직관에 기대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한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대개---어쩌면 오직---그 감각과 직관의 기반을 흔들어 놓거나 아니면 그 감각과 직관에 기댄 생각이 가져올 부정적 결과를 제시해주는 것 외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는데, 그 감각과 직관의 기반을 명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설득 작업은 요원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세 가지의 결론을 생각할 수 있게 된다: 그들의 세계에 무조건적으로 동화되거나, 그들의 세계를 외면하거나, 아니면 그들의 세계를 (어머니가 잘못된 길로 빠진 아들을 돌보듯) 구원하거나. 사람이란 이성보다는 감각과 직관에 기댈 때가 많다. 심지어 토론을 할 때에도. 그리하여 우리는 결코 서로 가까워질 수 없는 간극을 (누군가의 생각에 동화되기란, 또 구원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여기저기에 남겨놓게 된다.

인간의 이성이 남긴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는, 서로가 서로를 설득할 수 있는 공통의 도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이는 많지 않으며, 그것이 최선의 도구인지도---감각과 직관의 세계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점에서---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두 사람의 관계가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두 사람 모두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거나, 아니면 설득이 필요없는 둘만의 감정 세계---어쩌면 사랑---에 온전히 빠져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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