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자기방어 3

생각이라는 말벌/2010년대

by solutus 2013. 7. 12. 03:11

본문

그래서 어떤 작가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우리가 사랑했던 나날들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이해되기만을 기다리며 어리석은 우리들을 견디고 오랜 세월을 버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1)라고. 그 문장은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그 감동은 우리가 오랜 기다림 끝에 결국 이해될 수 있다는 긍정적 신호에서 온다. 그런데 그 신호는 "우리가 사랑했던 나날들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이해하기만을 기다리며 어리석은 우리들을 견디고 오랜 세월을 버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라는 신호보다 훨씬 더 강렬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건 우리가 누군가를 이해하기보다는 누군가에게 이해되기를 더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세상 어딘가에서 이해되기를 기다리는 나의 삶'이란 문장은 결국 쉽게 힘을 잃고 만다. 자신이 먼저 이해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이해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똑똑한 사람들은 정직한 사실을 나열하는 것보다는 감상적인 분위기로 마무리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이롭다는 걸 알고 있다. 따라서 낭만은 쉽게 부풀려진다. 낭만은 풍선 안에 몸을 웅크린 채 그 안에서 자신의 힘을 키워간다. 그래서 꿈꾸듯이 떠오르며, 점점 자신을 희박한 대기 속으로 내몰아간다. 누군가 그 풍선의 끈을 잡아주기 않으면 그 풍선은 결국 터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쉽게 힘을 잃을 것 같던 낭만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낭만이 한없이 위로 떠오르고 있을 때, 그를 제외한 다른 모든 것들이 추락하고 있었던 것이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