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

내 문학적 관심의 정도가 기껏해야 교과서에 수록된 책들과 세계문학전집의 범위를 넘지 못했을 시절, 도서관의 방대한 책들 앞에서 무엇을 읽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던 시절, 때마침 부흥하기 시작한 인터넷의 활성화로 개인 홈페이지에 많은 책 소개와 함께 각종 단편 문학작품들의 전문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몇 번의 클릭만으로 쉽게 읽을 수 있었던 그 책들에는 "4월 어느 맑은 아침에 100% 여자아이를 만나는 일에 대하여"가 있었고 그 책이 나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첫 만남이었다. 문학에서 누군가의 영향이라는 것을 아직까지 인정하지 않는 나이지만, 한 가지 정형화된 형식에 불과했던 문학이 나에게 새로운 형태로 다가오기 시작한 건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읽으면서부터라는 것을 나는 부인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