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작성하는 글들은 검색이 되지 않는다. 몇 년 전, 난 내 글과 공간이 검색되지 않도록 검색 로봇의 접근을 막았다. 그래서, 완벽하진 않겠지만, 대부분의 검색 엔진에선 내 글이, 내가 글을 쓰는 공간이 검색되지 않는다.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에 글을 쓰지만 불특정 다수와는 차단되어 있는 온라인. 이런 공간에 글을 쓰는 것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지 난 때때로 고민하곤 했다. 외부에 공간을 열지 않을 거라면 나는 왜 온라인에 글을 작성하고 있는가? 그런 목적이라면 글을 온라인이 아니라 개인 컴퓨터에 저장해도 된다. 접근 편의성을 위해 온라인에 작성을 해야 한다면 비밀글로 놔두어도 됐다.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오갔으나 목적을 보면 간단했다. 난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기 위해 글을 쓰느 것이 아니었다. 온라인 세상 속에서 내 글, 내 공간이 퍼져나가는 것은 무의미했다. 이곳은 단순히 나의 기록을 위한 아카이브이며 오로지 그 가치를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난 움베르토 에코가 책을 읽은 뒤 무엇을 느꼈는지 알지 못한다. 그가 자신의 감상을 인터넷에 남길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인터넷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감상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가 아쉬워할까? 아쉬워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이 오래도록 숙고와 퇴고를 거쳐 작성한 어떤 감상을, 온라인의 불특정 다수를 위해, 조회수나 검색을 기대하며 남기지는 않을 거라는 점이다. 아카이브는 기록을 위한 곳이다. 사실의 기록과 그 사실을 겪으며 느낀 약간의 감상: 굳이 기록을 남겨야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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