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터인가 난 인터뷰를 잘 듣지도 혹은 보지도 않게 되었다. 내가 인터뷰를 찾아 볼 정도로 관심이 많았던 사람들에 대한 기대가 그 인터뷰로 인해 금이 가고 조각나게 됨을 자주 겪게 되면서부터, 난 내가 그들에게 가진 기대와 일종의 환상이 내 마음 구석 어디엔가 그냥 남아있기를 바라게 되었다. 그 기대란 것은 그 인터뷰 대상자가 고상하고 진지하고 사려깊은 사람일 거라는 추축에서 출발한 것이었는데, 그렇게 삶의 의미에 대해 고찰하는 글을, 혹은 그렇게 감성적인 노래를 만든 사람은 분명 삶에 대해 특별한 시선을 지닌 사람일 거라는 막연한 상상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인자한 미소를 지은 채 먼 곳 어딘가를 응시하는 헤르만 헤세, 헝클어진 머리를 한 채 턱을 괴고 아래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고민하는 벤야민, 그런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난 사람들---난 그들에게서 언제나 특별함을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거만한 몸짓, 쩍 벌리거나 한쪽 무릎에 대충 올려놓는 발, 의자 등받이에 한껏 몸과 얼굴을 기댄 채 피곤해하는 표정, 심드렁한 목소리, 성공에 집착하는 발언, 자꾸 다른 사람의 말 중간에 끼어드는 습관, 의미없이 반복적으로 튀어나오는 맞장구... 이러한 것들이 뒤섞이면서 결국 그들도 사람일 뿐이며 예술작품과 예술가는 별개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인식시켜 주는 것이다.
난 간혹 예술가들이 그들 스스로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본다: "우리도 그냥 평범한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이다." 난 그것이 일종의 겸손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말이 그들이 마주한 현실에 대한 인정이자 일종의 자기위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신의 평범함을 한껏 드러내는 인터뷰. 평범한 사람의 일상적이고 번한 인터뷰를 굳이 찾아 들어야 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내가 시간을 내어 인터뷰를 찾아 보았던 거는 '아, 이 사람도 그냥 평범한 인간이구나' 하는 걸 깨닫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난 언제나 예술가에게서 구도자의 모습을 찾고자 하는 경향이 있었다. 지금도 나는 예술가도 그냥 숱한 직업 중에 하나일뿐이라는 생각이 내 안에서 일반화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으며, 바로 그러한 이유로, 혹시 예술가에 대한 나의 환상과 기대를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또 다른 환상과 기대가 내 주변을 배회하지 않기를 석연찮은 마음으로 바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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