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라는 것의 범주는 현대에 들어 더욱 폭넓어지는 것 같다. 어떤 것이 예술이고 어떤 것은 예술이 아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긋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분명한 것은 요즘의 예술은 자신의 몸집을 부풀리기 위해 가벼움과 유쾌함을 포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토익 쪽집게 강사가 '고득점 어렵지 않습니다'라고 광고하는 것과 유사하게 요즘 예술가들은 '예술, 어렵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전한다. 그렇게 예술은 점차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애쓴다. 빠르게 변화하고 움직이는 현대인에 맞추어 예술 스스로도 가벼워지고 유쾌해지고자 한다. 예전 같으면 대중성이 짙은 퍼포먼스로 치부될 행위들도 예술로 대접받는다. 소통이 '쉽고 가벼움'이라는 코드로 사람들 삶 전반을 휩쓸면서 그런 경향은 더욱 강화되었다. 이런 예술의 흐름에 내가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저것은 예술이 아니다? 그것은 어려운 일이다. 문예라는 말이 고리타분한 것으로 치부되고 문학비평은 권위를 상실하며 일본 소설가 시마다 마사히코가 주장했던 것처럼 소설가 스스로도 엔터테이너가 되고자 노력해야 하는 현실에서. 이것이 지금의 흐름이라면 흐름일 것이다.
내가 시를 끝까지 감싸 안을 수 밖에 없는 건 바로 그런 이유에서이다. 다른 것들이 가벼움과 흥겨움을 향해 나아갈 때 시만큼은 예전의 그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유쾌한 시를 상상해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파블로 네루다가 "시가 나를 찾아왔다"고 했을 때, 김기림이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고 했을 때, 기형도가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뒀다고 했을 때, 그들은 자신의 시를 읽고 사람들이 박장대소하기를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흥겨움에 고개를 끄덕이길 원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른 것들이 순간적인 즐거움을 향해 올라갈 때에도 시는 우리를 자신의 생각 속으로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즐거움을 주는 문학, 즐거움을 주는 시(동시)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주는 즐거움이란 세속의 즐거움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나에게 시란 여전히 그 경계의 고민을 하고 있는 무엇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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