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14. 작고 한적한 나하 국제 공항에서 내려 모노레일을 타고 이동했다. 모노레일은 코쿠바 강과 그 지류를 따라 나하 시내를 가로지르고 있어서 시내 구경하기에 좋았다. 카메라로 연신 밖을 찍다보니 마키시역이었다. 역에서 내려 좀 걸으니 역 이름과 같은 마키시 호텔이 나왔다. 바로 우리가 묵을 곳이다. 먼저 호텔에 들러 체크인을 했다.
체크인을 하니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는 쿠폰 하나를 주었다. 호텔에서 팔고 있는 아이스크림을 딱 한 번 먹어볼 수 있는 쿠폰이었다. 기다릴 것 없이 바로 썼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이 나오자 그게 무슨 특별한 거라도 되는 양 먹기 전에 열심히 찍어댔다. 외국에 나오면 별게 다 특별해 보이는 법이니까.
다시 모노레일을 타고 마지막 역인 슈리역까지 이동했다. 그렇다. 바로 슈리성(슈리조)을 보기 위해서였다. 슈리성은 옛 류큐왕국(琉球王国)의 궁전으로, 붉은 색의 칠과 양식 때문에 중국풍의 느낌이 많이 났다. 태평양 전쟁으로 건물 대부분이 전소되었던 전적 때문에 건물들은 아직도 새것의 향을 품고 있었지만 그 아래의 오래된 석축들 덕분에 고궁의 분위기가 어느 정도 베어 나오고 있었다.
슈리성의 정전 내부에는 슈리성에 관한 호기심을 풀어줄 많은 설명들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전시하고 있었다. 퀴즈 형태도 있었고 모형 전시도 있었다. 전부 보며 관람하기 위해선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다만 한글로 된 설명은 거의 없기 때문에 영어나 일본어, 중국어 셋 중의 하나를 잘 해야 한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타마우둔(玉陵)이었다. 슈리성과 마찬가지로 세계문화유산인 이곳은 류큐왕국의 다이니쇼시(第二尚氏) 왕통의 무덤이다. 류큐왕국의 제3대 왕인 쇼신왕(尚真王)이 아버지인 쇼엔왕(尚円王)을 묻기 위해 만든 뒤 이어져 내려왔다고 한다.
범상치 않은 고목들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길을 따라 걸어가면 회색 성벽처럼 생긴 구조물이 나오는데 그것이 바로 왕릉이었다. 처음 보는 형태의 무덤이었다. 타마우둔에는 각각의 방으로 연결된 3개의 석문이 일렬로 놓여 있는데, 가운데에 있는 방에서 장례를 치룬 후 뼈만 남을 때까지 놔두었다고 한다. 그 뒤 왕과 왕비의 뼈는 동쪽, 왕족의 뼈는 서쪽에 두었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관습에 비추어 보면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현대의 납골당과 비슷한 느낌도 든다.
무덤 내부는 직접 볼 수 없었지만 대신 지하에 있는 전시실에서 사진으로나마 감상할 수 있었다. 전시실은 작지만 설명이 꽤 자세히 되어 있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설명이 일본어로만 되어 있어서 아쉬웠다. 세계문화유산에 맞게 설명도 여러 언어로 보완되었으면 싶다.
모노레일에서 바라본 나하 시내 1
모노레일에서 바라본 나하 시내 2
모노레일에서 바라본 나하 시내 3
마키시역 앞 광장에 서 있는 시사 동상. 국제거리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슈리성의 입구라 할 수 있는 칸카이몬((歓会門)
슈리성은 대부분이 재건축되었기에 이렇게 옛 사진을 곳곳에 전시해 두어 지금의 모습과 비교하여 볼 수 있게 했다. 위 사진은 재건축 되기 이전의 칸카이몬.
붉은 색이 강렬한 슈리성
슈리성의 중심 건물인 정전
슈리성 내부에 전시되어 있는 설날 행사 모형
타마우둔으로 가는 길목에서 발견한 고양이
타마우둔의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알리는 표지석
타마우둔의 내부로 통하는 입구에서
타마우둔의 모습. 저 석벽 안쪽에 무덤이 있다.
지하 전시실에 있는 타마우둔 모형. 세 개의 방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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