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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여행 (1) - 영동 와인코리아, 옥천 정지용 생가, 아산 공세리 성당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3. 8. 19.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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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8.16. 여러 생각 끝에 정해진 코스는 영동, 옥천, 아산이었다. 영동에선 어디에선가 본 적이 있는 와인코리아에 가보기로 했다. 옥천의 정지용 생가와 위치가 가까워서 올라가는 길에 들러보자, 하였다. 코리아라는 거창한 상호가 붙어 있어서 뭔가 기대를 했는데, 사실 그 기대라는 게 막연하기는 했다. 난 어쩌다가 맛만 볼 뿐인, 사실상 와인에 대해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뭘 어떻게 구경해야 하는 건지도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와인을 시식하고(난 그나마도 운전 때문에 하지 못했다) 와인 보관 창고 등을 둘러본 뒤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옥천의 정지용 생가는 순전히 내가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정지용은 옥천의 생가에서 유년시절을 보냈을 뿐이지만 그래도 시인의 특별함이 남아 있을 거라고 기대하며 그곳을 찾았다. 종교인들이 성지를 찾아 순례하듯, 난 그들의 발자취가 남은 곳을 둘러보고 싶었다.

 

정지용 생가는 안채와 행랑채 두 동으로 된 초가집이었다. 언뜻 보면 작아보이지만 측면이 3칸이어서 생각보다는 큰 집이었다. 무엇보다 마당이 넓어 보기에 좋았다. 그렇게 어려운 집안은 아니었던 듯했다. 방에는 그의 사진과 시구들을 정리하여 걸어두었고, 그 한쪽엔 그의 아버지가 한약사였던 것을 드러내기라도 하려는 듯 약장을 배치했다. 바닥엔 황토색 한지를 깔아 나도 겪었던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나도 방바닥에 한지가 깔려 있던 곳에서 자랐으니. 바닥은 여기저기가 조금씩 해져있어 마치 사람 사는 곳 같았다. 금방이라도 주인이 모습을 드러낼 것처럼. 생가 바로 옆에는 정지용 문학관이 있어서 시인에 대한 희미해져 가는 기억을 되살리기에 좋았다.

 

이날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아산의 공세리 성당이었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성당이라 직접 보고 싶었다. 수령이 몇 백 년은 된 팽나무, 느티나무 같은 고목과 잘 정돈된 정원과의 조화가 아름다운 고딕 양식의 성당이었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수녀님이 오르간으로 음악을 연주하고 계셨다. 잠시 앉아 음악을 들으며 내부를 살펴보았다. 내부는 2열의 기둥을 세원 3랑 형태로, 아치 형태의 천장이 제단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제단 바로 위쪽에는 십자가의 예수보다도 더 크게 묘사된, 목자처럼 보이는 상이 있어 눈길을 끌었는데 그 상은 베네딕토회의 창설자이자 공세리 성당의 수호성인인 베네딕토 성인이었다. 베네딕토 성인은 마귀를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알려져 있어 이 성당의 수호성인으로 제단 위쪽에 올려지게 되었다. 일반적이지 않은 광경이라 한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성당에서 나와 주변 이곳저곳을 마저 둘러본 뒤, 이미 문을 닫아 구경할 수 없었던 박물관을 뒤로 한 채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정지용 문학관

 

순교자 묘지 앞에서 바라본 공세리 성당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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