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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 보들레르 지음, 박철화 옮김. 동서문화사 2013

텍스트의 즐거움

by solutus 2014. 3. 5.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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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레르는 더럽고 추악한 것들에 관심을 기울인다. 특히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비하여 더러움을 묘사하고 그런 방법을 통해 명백히 존재해왔지만 그동안 예술이 외면해왔던 세상의 한 면을 우리의 삶으로, 예술로 끌어올리고자 한다. 그는 젊음의 아름다움에 대비한 늙고 추함, 여성의 젖가슴의 풍만함에 대비한 쪼그라들고 쳐진 가슴---그런 것들에 주목하고, 오직 보기 좋은 것만을 추구하는 우리들을 비겁하다고 손가락질 하며, 오직 아름다움에 감동받아 흘리는 눈물을 거짓 눈물이라 비아냥거리는 듯하다. 물론 그것은 시적 화자의 목소리이다. 시인의 목소리는 저속한 것, 추한 것, 저속한 것, 퇴폐적인 것에서 아름다움, 낭만을 끄집어 내고자 한다. 도덕을 비꼬거나 선을 욕보이거나 구더기의 생명력을 찬양하거나 사랑 이면의 불경함을 술회하는 방식을 통해서.

 

그의 시가 의미있게 다가오는 것은 그의 시가 단순히 수사학적으로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다. 선과 악, 사랑과 미움, 도덕과 부도덕의 대비 속에서, 나는 그동안 내가 쉽게 믿어왔던 통념들에 대한 강렬한 (미적) 혼란을 느끼게 된다. 그것이 보들레르의 시가 꾸준한 힘을 발휘하는 원동력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사상들을 과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나에게 이 시들은 의미 파악을 위한 것들이 아니다. 읽는 순간 언어의 아름다움과 분노를 느끼는 것, 시라는 언어예술로 만들어내는 그 풍성함에 감탄하는 것, 그것이 이 시들의 우선적 존재 이유이다. 여기, 나를 놀라게 하는 수많은 표현들 중 하나를 남긴다.

 


"39. (제목없음)
그대에게 이 시편을 바치는 마음은 / 만일 내 이름이 다행히 후세까지 남아, / 거친 삭풍에 잠겨버린 배처럼 / 어느 날 저녁, 사람들을 몽상으로 이끌고, // 그대 기억이 어렴풋한 전설처럼 / 팀파논의 울림처럼 독자를 지치게 하면서도 / 우애 있는 신비로운 사슬로 / 고고한 내 시에 매달리듯 남아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 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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