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의 니조조(二条城 니조성)는 2012년에 방문하여 직접 볼 기회가 있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성은 전국을 평정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교토를 방문하는 행사(上洛 조라쿠) 때 기거하던 곳이다. 이 성은 니노마루(二の丸)와 혼마루, 그리고 외부 해자와 내부 해자로 크게 구분해 볼 수 있는데 니노마루고덴(二の丸御殿 니노마루 어전)이 특히 유명하다. 에도 시대는 평화가 지속되면서 무사가 주도하는 주택 양식인 쇼인즈쿠리(書院造) 양식이 발달하게 되었는데, 이 양식이 온전히 남아있는 대표적인 곳이 바로 니조조의 니노마루고덴이다.
니노마루고덴은 6개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 모두가 복도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위에서 바라보면 좁고 기다란 한 채의 건물처럼 보이는 특이한 형태를 띠고 있다.
니노마루고덴의 현관이라고 할 수 있는 구루마요세(車寄)는 가라하후 형태의 지붕이 얹어져 있다. 이 가라하후에는 금박장식을 박았고 그 아래에는 사자와 난조를 목각으로 화려하게 꾸몄다. 구루마요세를 지나쳐 실내로 들어가면 외곽뿐만 아니라 내부 또한 금빛으로 화려하게 치장했음을 알 수 있다.
니노마루고덴 내부의 다이히로마(大廣間)는 쇼군과 다이묘를 비롯한 신하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장소인데, 방문객들이 그 모습을 잘 상상할 수 있도록 마네킹을 설치해 놓았다.
이곳에서는 쇼인즈쿠리 양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코노마(床の間)도 볼 수 있다. 또 만살창 형태의 미닫이문인 후스마가 벽을 대신하여 다타미방 실내의 구획을 나누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보통 창호지 마감을 한쪽에만 하는 명장지가 주류를 이루는 데 반해 일본은 이처럼 후스마라고 부르는 맹장지가 많이 보인다. 그래서 살보다는 천이나 종이가 훨씬 돋보인다. 니조조는 이런 후스마를 모두 금빛으로 칠해 놓아 실로 화려하기 그지 없었다.
주목해서 보아야 할 점 중의 하나는 니노마루고덴에는 거대한 지붕을 받치기 위한 커다란 기둥이 없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부석사는 커다란 평주와 그보다 작은 활주로 기둥을 떠받치고 있는데, 니조조 니노마루고덴의 기둥들은 우리나라의 것에 비하면 무척 가는데도 불구하고 거대한 지붕을 무리없이 받치고 있다. 이런 방식이 가능한 이유는 14세기부터 발달하기 시작한 일본 고유의 하네기 공법과 송나라에서 들어온 누키의 도입 덕분이다. 거대한 하네기가 지붕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서까래와 공포의 중요성이 줄어들게 되고, 지붕 내부에도 누키 기법을 도입하면서 지붕 자체가 단단한 강성을 띠게 된 것이다. 덕분에 기둥은 그 크기가 줄어들어 배치가 자유롭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일본 특유의 처마 형태가 발달하게 되었다.
니조조의 평면도. 혼마루를 내부 해자가 감싸고 그 외곽에 니노마루가 있다.
니노마루고덴을 위에서 본 모습. 6개의 건물이 하나로 붙어 있다.
니노마루고덴의 구루마요세. 가라하후 아래쪽에 사자와 난조 5마리가 양각되어 있다.
다이히로마에서의 회의 모습. 니조조를 방문하면 이 그림을 형상화한 마네킹을 볼 수 있다.
니조조 니노마루고덴 투영도. 기둥이 무척 가늘다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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