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로포라 산호가 산란을 한다는 사실에 대해 알아보았다. 몇몇 신뢰할 만한 정보*에 따르면, 물이 따뜻하고 보름달이 진 이후의 시기, 즉 아주 깜깜한 여름밤에 아크로포라의 산란이 일어난다고 한다. 이 내용은 내게 상당히 신기했는데, 그 말은즉슨 아크로포라가 자신의 산란을 위해 달의 주기(혹은 파도의 세기)를 간접적으로나마 인식한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보름달이 지고 난 후 얼마 동안은 소조기에 이르기 때문에 바다의 파도가 약해지고, 따라서 그때 생식세포를 배출하면 일정 공간 속의 정자와 난자 밀도가 높아져 수정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일 년 중 단 한 번, 아크로포라 산호가 소조기의 깜깜한 밤을 노려 산란한다는 사실은 이 산호들이 지구의 자연, 아니 달까지 포함한 지구계의 운동과 밀접하게 소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놀라운 가정을 세울 수 있게 해주었다.
이런 이해는 일부 리퍼들이 자신의 수조를 거의 자연과 동일한 상태로 재현하려는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수조에 강한 조명을 비추는 시간뿐만 아니라 달의 위상변화에 따른 달빛 변화까지 구현하고, 거기에 더해 수류의 강도나 변화조차도 지구와 달의 관계에 따른 파도의 변화에 맞춰 움직이도록 설정하는데, 이것든 바다의 산호가 이 거대한 지구와 소통해온 수 억년의 세월을 그대로 인정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던 것이다. 일반 리퍼들의 수조는 아니지만, 오키나와의 츄라우미 수족관 같은 경우, 거의 자연 상태와 동일한 환경이 구현되어 있어 그 안의 산호들도 6월경이 되면 자연적인 산란을 하고 있다고 했다.
산호에게 바다와 최대한 동일한 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한 리퍼들의 노력, 이것은 또 다른 의미로 내게 중요하게 다가왔다. 우리가 산호에게 수조 속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라고 주문하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도 산호가 수조 속에서 죽는 걸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 인간에게도 마땅히 적용되어야 할 방법이었다. 소통을 위해선 그들이 자라온 환경과 방식과 습관과 성격을 이해하고 그에 맞추기 위한 노력을 해야한다. 우리가 비록 산호처럼 금세 죽지는 않지만, 자신의 환경을 강요하는 행위는 결국 상대를 서서히 병들게 하기 때문이다.
산호의 산란 사진. 오키나와의 츠네코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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