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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하는 밧세바. 렘브란트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4. 12. 27.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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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4, oil on canvas

 

다른 유명한 신화, 성경 속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밧세바의 이야기 또한 많은 화가들이 즐겨 사용한 소재였다. 여러 밧세바의 그림 중에서도 나는 렘브란트가 그린 위의 작품에 눈길이 갔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그 이전의 밧세바와는 달리 밧세바가 아름답게 묘사되지도, 성스럽게 표현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렘브란트 이전의 화가들은 밧세바를 그릴 때 성경 속 이야기를 다소 충실하게 표현했다. 멀리서 목욕하는 밧세바를 발견하는 다윗과 그 후 밧세바에게 사람을 보내 부르는 장면이 특히 그렇다. 그와 동시에 화가들은 밧세바를 다소 성스러운 분위기를 띠거나 매력적인 몸매에 얼굴엔 미소를 담은 모습으로 그렸다.

그런데 렘브란트가 묘사한 밧세바는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 보이고 몸매도 아름답지 않다. 그것은 밧세바를 유혹당하거나 유혹하는 단순한 존재에서 벗어나, 다윗왕에게 유혹당하는 유부녀의 고뇌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밧세바의 손에 들려있는, 다윗이 보낸 저 편지에 다윗왕의 협박 문구가 담겨있을지 어떻게 알겠는가. 다윗의 요구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잠자리에 든 밧세바가 아니라, 저항을 할 수 없었던 상황에 빠져 있었던 밧세바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찌되었건 결과적으로 밧세바의 남편 우리야는 다윗의 계략에 빠져 죽게 되고, 그 후 다윗은 밧세바와 혼인을 치른다. 이 후 구약성서의 사무엘 하권에서는 다윗이 유부녀와 간통을 한 사실에 대해 뉘우치고 회개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런 뉘우침에 하나님은 다윗을 용서하는데, 그 덕분인지 다윗과 밧세바 사이에서는 향후 지혜로운 왕으로 칭송받게 되는 솔로몬이 태어나게 된다.

이쯤이면 훈훈한 결말인 것 같다. 간음-회개-용서, 그 사이에서 태어난 위대한 왕... 그러나 난 여전히 어두운 밧세바의 얼굴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어두운 배경 뒤엔 밧세바의 남편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다윗은 우리야 사건의 죗값 때문에 말년에 자식들로 고통받았지만 결국 회개하여 용서받았다. 그러나 그가 죽게 한 우리야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야의 죽음으로 슬퍼했을 그의 가족의 아픔은 어떻게 치유받았는가? 피해자의 용서가 없는 용서란 과연 가능한가? 다윗이 하나님께 용서를 받을 때 상처받은 우리야와 그의 가족, 어쩌면 밧세바의 아픔은 어떻게 치유되었는지, 아니 그들의 아픔이 과연 기억되긴 하였는지---나는 그것에 주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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