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6, Marble.
거대한 대리석 손 안쪽에 남녀로 보이는 한 쌍이 서로를 끌어안는 형상으로 뒤엉켜 있다. 손은 매우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는 반면 남녀는 아직 그 형체가 완벽하지 않다. 이 조각의 이름은 신의 손. 아마도 신의 손에 의해 창조되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리라.
어떤 사람은 이 조각에서 신의 위대함을,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생명력을 발견한다. 그런데 그와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이 조각에서 신의 손아귀에 잡혀 있는 인간의 구속을, 신이 일방적으로 정한 관계의 속성을 발견한다.
그런데 또 다른 의견이 있다. 신의 손은 구속의 손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를 허락하는 손이라는 것이다. 신이 저처럼 인간을 보호하고 있기에 비로소 인간은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저 손에 갇혀 있어야만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다고.
이러한 관점의 분할이 단지 대리석으로 된 물체에만 통용되는 것은 아닌 듯 싶다. 나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기준을 세울 때, 저 세 관점 중 하나가 옳다며, 그것만을 밀고 나가야 한다며 거칠게 싸우는 것을 종종 보아왔다. 어쩌면 진보와 중도와 보수라는 이름으로? 어떤 관점이 옳을까. 안타깝게도 옳바른 단 하나의 관점을 취하기란 어려운 것 같다. 과거가 그것을 말해준다. 하나의 관점만을 주욱 밀고나갔던 적도 없었다고 말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의 삶은 그저 저 세 과정을 반복적으로 거치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온전한 보호 속에서 안전한 즐거움을 누리다가, 그 보호가 울타리처럼 느껴져 박치고 나갔다가, 비바람과 추위와 경쟁에 놀라 다시 들어왔다가, 다시 그 보호 속에 안주했다가, 그것이 구속처럼 느껴져 또 벗어났다가......
로댕의 '신의 손' 안에 있는 인간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형상이다. 신은 여전히 만들고 있는 중이거나, 완성할 생각이 없거나, 어쩌면, 우리 스스로 그 마지막을 완성하길 바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