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인용문으로 가득 차 있다. 사랑, 순결, 욕망, 효도, 권위, 의리... 등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신문기사, 철학자의 말, 소설 문장 등을 이용해 계속해서 인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랑'이 주제라면, '누군가는 사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이런 얘기를 했다. 그와 반대로 고대 그리스의 누군가는 사랑을 이렇게 정의했다...' 이런 식이다. 그러다가 그 장의 마지막 즈음에 와서 한두 마디로, 되도록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의견을 슬몃 내밀며 그 장을 마친다. 마치 뉴스보도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논평란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뉴스는 그저 사실 전달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강준만 씨가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분이라 그런지, 책에 정치권의 사례가 많이 나오는 것도 그런 느낌을 주는 데 일조하고 있다. 그래도 저자는 그 '보도'를 균형있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한쪽 의견만 일방적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되로록이면 양쪽의 시각과 제3자의 시선까지 인용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가 자신의 주장을 최대한 줄인 것도 그러한 목적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자신의 입장을 철저히 고수한 채 다른 쪽의 입장을 그저 비판만 하는 저자들이 있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불편함을 거의 느낄 수 없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이 책은 다수의 인용문을 통해 '당신도 한번 생각해보라'라는 정도의 수준에서 내용을 전개하고 있기에 깊이 있는 담론을 다룬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깊이 있는 사고란 꼭 책에서 모든 것을 알려주어야만 드러나는 것이라 우리들이 책을 읽은 이후에 스스로의 탐구에 의해 발전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그 역량의 깊이를 늘려나가는 것도 책을 읽는 좋은 방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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